매거진

[글다듬기] 국가에도 명예가 있다

by 김세중

주어 없는 '평가다'


문 후보에게는 이번 대선이 2012년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이다. 갑자기 징발되다시피 했던 그때와는 달리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 역대 지지율 1위 주자들에 비해선 검증 시험대에서의 약점이 적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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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예에서 마지막 문장인 '역대 지지율 1위 주자들에 비해선 검증 시험대에서의 약점이 적다는 평가다.'는 '평가다'로 끝났는데 무엇이 평가라는 것인지 나타나 있지 않다. 즉 '평가다'의 주어가 없다. 그러니 궁금할 뿐 아니라 답답한 느낌마저 든다. 만일 '약점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하면 '평가를 받는다'의 주어가 생략되어 있지만 생략된 주어가 '문 후보'라는 것은 문맥상 누구나 알 수 있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독자가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역대 지지율 1위 주자들에 비해선 검증 시험대에서의 약점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간명한 표현이 낫다


우리로선 이번에야말로 20년 넘게 한반도에 드리운 북핵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미·중 합의가 이뤄지는가의 기대를 갖게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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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문장은 '미·중 합의가 이뤄지는가의 기대를 갖게끔 된다'로 끝났는데 '이뤄지는가의 기대를 갖게끔 된다'가 매끄러운 표현이 아니다. 좀 더 편하게 읽힐 수 있도록 다듬을 필요가 있다. '기대를 갖게끔' 대신에 '기대하게'라고 하면 간명하다. '이뤄지는가의 기대' 대신에 '이뤄질지 기대하게' 또는 '이뤄졌으면 하고 기대하게' 등과 같이 쓸 때 더 이해하기 쉽다.


우리로선 이번에야말로 20년 넘게 한반도에 드리운 북핵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미·중 합의가이뤄질지 기대하게 된다.


우리로선 이번에야말로 20년 넘게 한반도에 드리운 북핵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미·중 합의가이뤄졌으면 하고 기대하게 된다.



'허용해 달라는 법안'?


현재 국회에 ICT 기업만이라도 보유지분을 50%까지 허용해 달라는 법안이 발의돼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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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지분을 50%까지 허용해 달라는 법안'이라고 해도 무엇을 뜻하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보유지분을 50%까지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반영된 법안'이라 해야 하고 '요구가 반영된'이 부당하게 생략되었다. '보유지분을 50%까지 허용하는 법안'이라고 하면 원래의 문장보다 간명할 뿐 아니라 문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


현재 국회에 ICT 기업만이라도 보유지분을 50%까지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에도 명예가 있다


과도한 금융 규제가 국내 은행 경쟁력을 우간다보다 뒤떨어지게 만들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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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을 개최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이 2015년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26위이지만 금융시장 성숙도는 87위라고 발표했다. 87위는 당시 우간다보다 낮은 순위였다. 2년 전의 일을 가지고 위와 같이 썼다. 매년 발표되는 통계에서 국가간 순위가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2015년에 금융시장 성숙도가 우간다보다 떨어진다고 했지만 그 해의 '국가경쟁력'에서는 우간다가 115위여서 한국의 26위와 비교가 되지 않게 떨어진다. 금융시장 성숙도의 경우 한국은 우간다보다 아래였지만 이탈리아는 117위여서 한국보다 한참 뒤떨어졌다. 이런 사실들은 덮어 두고 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국내 은행 경쟁력을 우간다보다 뒤떨어지게 만들었다는 것은'이라고 '우간다'를 콕 집어서 말했다. 지구상의 많은 나라 가운데 한 나라일 뿐인 우간다를 굳이 언급할 이유가 있었나. 우간다를 후진국의 전형으로 굳이 지목해야 했나. 국가에도 명예가 있다. 우간다 국민이 이 글을 읽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글을 쓸 때에는 누군가를 비하하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굳이 남을 아프게 할 필요가 없다. 그냥 '후진국 수준으로 떨어지게'라고 해도 충분하다.


과도한 금융 규제가 국내 은행 경쟁력을 후진국 수준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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