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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y 01. 2017

도봉산을 찾아서

2017. 4. 30 (일)



4월의 마지막날에 산행을 했다. 서울에 수십 년 살면서 북한산은 꽤 여러 번 가보았으나 도봉산은 좀체 잘 가지지 않았다. 실로 오랜만에 도봉산 산행을 했다. 얼마만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망월사역 앞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포대능선을 향해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산속 깊숙이 '엄홍길 생가터' 표지를 보고 놀랐다. 그가 어린 시절 도봉산 아래 살았다는 얘긴 들은 적이 있다. 바로 이곳일 줄이야. 터만 남아 있을 뿐 집이 있었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원도봉계곡을 따라 망월사 못 미쳐 덕제샘에 이르러 샘물을 마셨다. 여간 시원하지 않았다. 망월사는 참으로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었다. 포대능선이 멀지 않았다. 막바지는 매우 가팔랐다. 드디어 포대능선에 오르니 멀리 송추쪽이 내려다보였다. 그곳에서 휴식을 취했다. 출발한 지 2시간 걸렸다.


휴식을 마치고 도봉산 정상인 자운봉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으르락내리락을 거듭했다. 점차 자운봉이 가까워졌다. Y자계곡 앞에 이르니 수년간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사상했다며 우회를 권하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그러나 다들 y자계곡을 지나고자 줄까지 서 있어서 뒤따라 줄을 섰다.



바위에 쇠봉이 박혀 있고 줄이 매져 있었다. 그런 시설이 없다면 도저히 지날 수 없는 난코스였다. 그런 도움을 받고도 아주 긴장해서야 겨우 통과할 수 있었다. 스릴이 넘치는 곳이었다. 바위 타는 재미를 사알짝 맛보았다.


점차 자운봉이 가까워 왔다. 그러나 자운봉(740m)은 산악인이 아니면 갈 수 없는 바위봉이었다. 일반 등산객은 그저 신선대에 오를 수 있었다. 망월사 가는 원도봉계곡길도 조용했고 포대능선도 비교적 붐비지 않았지만 신선대 주변만큼은 정상 부근이기도 하고 여러 등산로가 만나는 곳이기도 해서인지 꽤나 붐볐다.



점심 먹을 데를 찾아 부근 한적한 데를 골라잡고 맛난 점심을 즐겼다. 4시간 가량 등산한 뒤라 여간 음식이 맛있지 않았다. 꿀맛이었다. 다시 산행을 계속하려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이암 방향으로 능선을 계속 탔다. 다시 등산로는 한적해졌다. 오봉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한 봉에는 사람 모습도 보였다.



오봉과 나란히 능선을 계속 타니 어느덧 우이암 부근에 이르렀다. 어느 바위에 올라가니 손에 잡힐 듯 숲속에 우뚝 선 대단히 큰 바위, 그것이 우이암인 듯했다. 내 입에서 저절로 외마디소리가 튀어나왔다. 광경이 너무나 놀라웠기 때문이다. 소귀 모양이라서 우이암일 것이다. 그 바위는 숲속에 우뚝 솟아 있어서 가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갑자기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원통사 옆을 지나니 그제서야 비로소 편안한 내리막 능선길이 시작됐다. 길은 고즈넉했고 숲속 산길이 오래 계속되더니 갑자기 속세의 모습이 보였다. 어느 계곡에선가 노래 부르며 떠들썩 노는 소리도 들렸다. 9시간에 걸친 산행을 마쳤다. 망월사역에서 시작해 우이동으로 내려왔다.




북한산과 달리 잘 안 가게 됐던 도봉산을 모처럼 올랐다. 자연이 참으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산이 참으로 컸다. 북한산도 명산이지만 이어진 도봉산도 못지 않은 듯싶다. 주말에 무척 붐비는 북한산과 달리 도봉산은 대체로 한적한 편이었다. 다음엔 다른 코스로 다시 찾고 싶다. 사패산쪽으로 내려오든지... 서울 가까이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다는 건 참으로 축복받은 일이다. 4월의 마지막날을 제대로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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