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Jun 21. 2017

출판사 설립하기


출판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한 것은 아니었다. 출판도 사업이니만큼 상당한 투자가 있어야 할 거 같고 적지 않은 자본금도 필요하겠거니 해서 말이다. 그럴 준비나 여력이 없는 내게 출판사 설립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당장 사무실이 있어야 하고 집기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인력도 고용해야 하고... 언감생심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출판사를 만들게 되었는가. 그것은 내고 싶어했던 여행기 책이 번번이 출판사들로부터 외면당하고부터였다. 처음엔 출판사들의 무관심과 무반응이 야속했다. 그러나 차츰 그들을 이해하게 됐다. 관련 출간 실적도, 지명도도 없는 나의 책을, 더구나 그것도 사진이 잔뜩 들어 있는 책을 선뜻 내겠다고 나서는 출판사가 있었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제작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할 것은 뻔하고 투자금을 회수할 전망이 안 보이는 마당에 어찌 섣불리 출판을 결정하겠는가. 


어떻든 출판사들의 거듭되는 거절과 무반응을 겪으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은 뜻밖에 찾아졌다.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었고 바로 다음날 작정하고 찾아갔다. 입장료 5천원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 나의 관심은 전자출판쪽이었다. 몇 업체의 부스가 모여 있었다. 거기서 어떤 한 분과 선 채로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었다. 차츰 전자출판에 대해 눈을 뜨는 것 같았다. 감이 잡히는 듯했다.


그분의 도움말을 머리에 새기고 집에 와서는 인터넷으로 관련 글을 찾아 읽어보니 점점 더 전자출판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접 한번 전자책을 사서 읽어보기로 했다. 네이버페이로 전자책을 한 권 사서 읽어보았다. 피시에서도 노트북에서도 스마트폰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컴퓨터에서는 프로그램을 깔아야 했고 스마트폰에선 앱을 받아야 했다. 아, 이렇게 사서 보는구나 체험했다.


이쯤 되니 출판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고 한 단계씩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상호를 정해야 했다. 20~30가지의 후보를 A4 종이에 적어 보았다. 출판사명 검색 시스템에 넣어보니 서너 개 말고는 모두가 이미 다 사용중인 이름이었다. 아직 쓰지 않고 남아 있는 이름 하나를 마음속에 정하고 그 다음날 아침 관할 구청을 찾아갔다. 


출판사 설립이 비록 쉽다지만 사무실 장소가 있어야 했다.  간편하게 우리 집을 출판사로 삼기로 했다. 내 집임을 증명해야 하니 구청 증명서발급기에서 등기부등본을 뗐다. 그걸 들고 문화복지과 담당자에게 가니 신고서를 내주며 적으라 해서 적었다. 적을 것은 상호와 내 이름과 출판사 주소인 우리 집 주소가 핵심이었다. 그러면서 오후에 집을 방문할테니 집에 있으라 했다. 신고서를 세무과에 들고 가 지방세가 체납되었는지를 확인했고 신고서를 민원실에 내고 나왔다.


과연 오후에 구청 직원이 직접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는 간단히 책상과 책상 위의 컴퓨터를 휴대폰으로 찍어서 갔다. 내일 아침에 구청에 와서 신고확인증을 찾아가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이튿날 구청에 가니 '출판사 신규신고 수리 알림'이라는 공문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걸 들고 세무과로 가서 등록면허세 27,000원을 내고 다시 문화복지과로 가니 '출판사 신고확인증'을 내주었다. 그게 다였다. 신고서를 써낸 지 만 24시간만에 출판사가 설립되었다.


내친 김에 그걸 들고 근처에 있는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등록증도 받았다. 모든 서류 절차가 끝났다.  집에 와서는 인터넷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의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에 들어가 발행자번호 신청도 했다. 지금 현재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제 책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 epub 형식의 책 원고가 완성되면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에 들어가 ISBN 신청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자책 유통사들과 접촉해 판매 계약을 맺어야 할 것이다. 그 후론 전자책이 시장에 선을 보이게 되고...


물론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 원고는 우선 내가 직접 쓴 것부터 전자책으로 낼 참인데 아래아한글로 된 원고를 전자책 형식으로 만드는 일이다. html 지식만 좀 있는 상태이니 CSS도 익혀야 하고 궁극적으로 epub 형식의 결과물로 만드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Sigil은 다운받아서 깔아놨다. 꽤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갑자기 되는 일이 어디 있으랴. 학습과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은 늘 날 흥분케 한다. 즐길 참이다.

작가의 이전글 도봉산을 찾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