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8 ㅈ일보
''원전 제로'라는 엄청난 문제가 전문적 식견의 보좌를 받아 숙고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에서 '문제'는 과연 적절하게 선택된 단어일까? '문제'는 그 앞에 나오는 ''원전 제로'라는'과도 호응해야 하고 뒤에 나오는 '나온'과도 호응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지 의문이다. '문제가 나온'은 그런 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해도 ''원전 제로'라는 엄청난 문제'는 어색한 결합이다. 훨씬 더 나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원전 제로'는 지금 많이 있는 원전을 앞으로 없애겠다는 것이어서 '문제'라기보다는 '정책'이거나 '발상'이거나 '목표'에 가깝다. 더 나은 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문제'와 같은 모호한 말을 쓸 필요가 없다. 더구나 '정책'이나 '발상', '목표'로 바꾸면 뒤에 나오는 '나온'과도 잘 호응한다. 문맥에 가장 잘 맞는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0628 ㅈ일보
'사과를 구하고'에서 '사과를'과 '구하고'가 서로 어울리는 결합이 아니다. '구하고'의 목적어로는 '용서를'과 같이 상대방이 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 나오는 게 적절하다. '사과'는 자기 스스로 하는 행동이요, '용서'는 상대방이 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엄격하게 도려내야'도 '엄격하게'와 '도려내야'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엄격하게'와 어울리는 말은 '처벌해야', '단죄해야' 등과 같은 말이다. '도려내야'를 유지하려면 '엄격하게' 대신 '단호하게', '냉정하게' 등과 같은 말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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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쳐지는'은 '비치는'으로 충분하다. '비치다' 자체가 이미 '무엇으로 보이거나 인식되다'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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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하다'는 원래 컴퓨터 용어로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기존 제품보다 뛰어난 새것으로 변경하다'라는 뜻의 말이다. 그 의미가 확장되어 '향상시키다', '수준을 높이다' 같은 뜻을 지니게 됐다. 따라서 위 맥락에서 '업그레이드하는'으로 충분한데 '업그레이드시키는'이라고 썼다. '시키다'를 남용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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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할 일 제대로 하겠다는 다짐 지켜보겠다'라는 제목의 2017년 6월 28일자 신문 사설의 마지막 단락이다. 이 사설은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회가 끝나고 국회가 '적격' 보고서를 낸 후에 나왔다. 위 단락에서 '특히 한 후보자에게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직 5대 불가 원칙에 해당하는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는 네 문장 중에서 세번째 문장인데 '한 후보자에게 공직 5대 불가 원칙에 해당하는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다. 만일 아직 국회가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중이라면 이 문장은 필요하고 가치가 있다. 공직 5대 불가 원칙에 해당하는 문제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왜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느냐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여야가 합의해서 후보자에 대해 이미 '적격' 보고서를 낸 마당이다. 세번째 문장은 앞의 두 문장과도 의미상 연결이 되지 않고 뒤에 오는 마지막 문장과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불필요하므로 들어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