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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28. 2017

[글다듬기] 문장은 단락 안에서 가치가 있어야

문맥에 가장 잘 맞는 단어를 선택해야


'원전 제로'라는 엄청난 문제가 전문적 식견의 보좌를 받아 숙고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정부는 석탄 발전도 줄이겠다고 하고 있다.

0628 ㅈ일보


''원전 제로'라는 엄청난 문제가 전문적 식견의 보좌를 받아 숙고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에서 '문제'는 과연 적절하게 선택된 단어일까? '문제'는 그 앞에 나오는 ''원전 제로'라는'과도 호응해야 하고 뒤에 나오는 '나온'과도 호응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지 의문이다. '문제가 나온'은 그런 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해도 ''원전 제로'라는 엄청난 문제'는 어색한 결합이다. 훨씬 더 나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원전 제로'는 지금 많이 있는 원전을 앞으로 없애겠다는 것이어서 '문제'라기보다는 '정책'이거나 '발상'이거나 '목표'에 가깝다. 더 나은 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문제'와 같은 모호한 말을 쓸 필요가 없다. 더구나 '정책'이나 '발상', '목표'로 바꾸면 뒤에 나오는 '나온'과도 잘 호응한다. 문맥에 가장 잘 맞는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원전 제로'라는 엄청난 정책이 전문적 식견의 보좌를 받아 숙고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정부는 석탄 발전도 줄이겠다고 하고 있다.



서로 호응하는 말끼리 연결해야


후보와 국민의당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를 구하고 관련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게 도려내야 한다. 

0628 ㅈ일보


'사과를 구하고'에서 '사과를'과 '구하고'가 서로 어울리는 결합이 아니다. '구하고'의 목적어로는 '용서를'과 같이 상대방이 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 나오는 게 적절하다. '사과'는 자기 스스로 하는 행동이요, '용서'는 상대방이 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엄격하게 도려내야'도 '엄격하게'와 '도려내야'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엄격하게'와 어울리는 말은 '처벌해야', '단죄해야' 등과 같은 말이다. '도려내야'를 유지하려면 '엄격하게' 대신 '단호하게', '냉정하게' 등과 같은 말을 써야 한다.


후보와 국민의당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관련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비쳐지다' 대신 '비치다'를 써야


그러니 박주선 비대위원장의 사과가 꼬리 자르기로 비쳐지는 것이다. 

0628 ㅈ일보


'비쳐지는'은 '비치는'으로 충분하다. '비치다' 자체가 이미 '무엇으로 보이거나 인식되다'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박주선 비대위원장의 사과가 꼬리 자르기로 비치는 것이다. 


'시키다' 남용 말아야


모든 진실을 말끔하게 밝히는 게 후진국형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길이다.  

0628 ㅈ일보


'업그레이드하다'는 원래 컴퓨터 용어로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기존 제품보다 뛰어난 새것으로 변경하다'라는 뜻의 말이다. 그 의미가 확장되어 '향상시키다', '수준을 높이다' 같은 뜻을 지니게 됐다. 따라서 위 맥락에서 '업그레이드하는'으로 충분한데 '업그레이드시키는'이라고 썼다. '시키다'를 남용할 필요가 없다.


모든 진실을 말끔하게 밝히는 게 후진국형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길이다.  



문장은 단락 안에서 가치가 있어야


이제 한 후보자가 국세청장으로 임명되면 청문회에서 다짐한 정책을 그대로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유로 미흡했던 부동산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한층 명확히 추진하길 바란다. 특히 한 후보자에게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직 5대 불가 원칙에 해당하는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 한 후보자는 대통령 임명만 앞둔 만큼 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소신껏 균형 잡힌 세무행정을 집행해 나가는지 기대를 갖고 지켜보겠다. 

0628 ㅈ일보


'국세청, 할 일 제대로 하겠다는 다짐 지켜보겠다'라는 제목의 2017년 6월 28일자 신문 사설의 마지막 단락이다. 이 사설은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회가 끝나고 국회가 '적격' 보고서를 낸 후에 나왔다. 위 단락에서 '특히 한 후보자에게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직 5대 불가 원칙에 해당하는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는 네 문장 중에서 세번째 문장인데 '한 후보자에게 공직 5대 불가 원칙에 해당하는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다. 만일 아직 국회가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중이라면 이 문장은 필요하고 가치가 있다. 공직 5대 불가 원칙에 해당하는 문제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왜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느냐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여야가 합의해서 후보자에 대해 이미 '적격' 보고서를 낸 마당이다.  세번째 문장은 앞의 두 문장과도 의미상 연결이 되지 않고 뒤에 오는 마지막 문장과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불필요하므로 들어내는 것이 좋다.


이제 한 후보자가 국세청장으로 임명되면 청문회에서 다짐한 정책을 그대로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유로 미흡했던 부동산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한층 명확히 추진하길 바란다. 한 후보자는 대통령 임명만 앞둔 만큼 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소신껏 균형 잡힌 세무행정을 집행해 나가는지 기대를 갖고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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