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의미가 명료하게 드러나도록

by 김세중

좀 더 분명하게 표현할 필요


불이 날 수 있음을 뻔히 알면서 라이터 등 인화물질을 가져가거나 마른 나뭇잎을 곁에 두고 불을 피우는 행위는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에 해당할 수 있다. 산불의 원인 제공자와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 가혹하게 처벌해야 사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0508 ㅈ일보


'산불의 원인 제공자와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 가혹하게 처벌해야'에서 '산불의 원인 제공자를 가혹하게 처벌해야'는 뜻이 분명하지만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 가혹하게 처벌해야'는 누구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인지가 없어서 뜻이 다소 모호하다. 특히 '대응'이라는 말이 모호함을 더한다. '대응'은 보통 어떤 사람이 다른 누구의 행동에 대해 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대응'만 있을 뿐 누가 누구의 행동에 대해 하는 대응인지가 나타나 있지 않다. '대응'을 쓰려면 최소한 누가 하는 대응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즉, '산불의 원인 제공자와 부적절한 대응을 한 관계자를'이라고 하면 뜻이 선명해진다. 처벌해야 할 대상이 관계자 즉 관계당국 종사자가 아니라 산불을 일으킨 사람이라면 '대응'이라는 표현을 쓸 게 아니라 '부적절한 행동을 한 사람을'처럼 '행동'이라고 하는 편이 뜻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사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에서 '사전에'는 굳이 있을 필요가 없다.


산불의 원인 제공자와 부적절한 대응을 한 관계자 가혹하게 처벌해야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산불의 원인을 제공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한 사람을 가혹하게 처벌해야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의미가 명료하게 드러나도록


새누리당이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쪼개진 것은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미 불거졌던 친박과 비박(비박근혜) 간의 갈등이 탄핵 정국 속에서 더는 동행이 어려울 정도로 증폭됐기 때문이었다. 그런 친박과 비박이 다시 합쳐야 할 정치적 명분은 없다. 한국당에 복당한 의원들은 그들이 그렇게 비난했던 친박 패권주의의 부활을 용인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0508 ㄷ일보


'한국당에 복당한 의원들은 그들이 그렇게 비난했던 친박 패권주의의 부활을 용인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는 글쓴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표현 자체만을 따지고 보면 무엇이 '친박 패권주의의 부활을 용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문장만 놓고 보면 '한국당에 복당한 의원들'이 '친박 패권주의의 부활을 용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인데 의원들은 '사람'이고 용인하는 것은 '행동'이어서 서로 맞지 않는다. 따라서 양자를 일치시킬 때 뜻이 분명해진다. '한국당에 복당한 의원들은' 대신에 '바른정당 의원들이 한국당에 복당하는 것은'이라고 하면 된다. 주어는 그대로 두고 뒷부분을 바꿀 수도 있다. 즉, '친박 패권주의의 부활을 용인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대신에 '친박 패권주의의 부활을 용인하겠다는 것인가' 또는 '친박 패권주의의 부활을 용인하자는 것인가'라고 해도 된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한국당에 복당하는 것은 그들이 그렇게 비난했던 친박 패권주의의 부활을 용인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한국당에 복당한 의원들은 그들이 그렇게 비난했던 친박 패권주의의 부활을 용인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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