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중복되더라도 적합한 단어를 선택해야

by 김세중

중복되더라도 적합한 단어를 선택해야


작년 국립환경연구원 발표를 보면 전국 860만 대의 경유차가 초미세 먼지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다. 그런데 45만 대에 불과한 굴착기·지게차·덤프트럭 등 건설 장비 기여도는 17%나된다.

0509 ㅈ일보


초미세 먼지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경유차는 11%인데 건설 장비는 17%나 됨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기여도'라고 했다. '기여'는 '도움이 되도록 이바지한다'는 뜻이다. 초미세 먼지 배출을 '기여'라고 하는 것을 적절한 단어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가. '기여도'라고 하니 초미세 먼지 배출은 많을수록 좋다는 뜻이 느껴진다. 대기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논하는 글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 선택이다. 앞에서 '비중'이라는 말이 쓰여서 중복을 피하기 위해 '기여도'라고 했는지 모르나 중복되더라도 '비중'을 쓰는 게 좋았다.


그런데 45만 대에 불과한 굴착기·지게차·덤프트럭 등 건설 장비비중은 17%나된다.



혼란을 일으키는 표현은 피해야


직선으로 치러진 87년 12월 16일 대선. 김영삼·김대중 후보의 단일화 실패로 36.6%를 획득한 노태우 대통령의 어부지리 당선을 가져왔다. 무엇보다 극심한 지역주의 투표 결과란 망국병을 목도하게 됐다. 그러나 이 선거는 민주화를 희구한 이들에게 모든 ‘분열의 후유증’을 일깨워 준 각성의 시작이 되었다.

0509 ㅈ일보


'그러나 이 선거는 민주화를 희구한 이들에게 모든 ‘분열의 후유증’을 일깨워 준 각성의 시작이 되었다.'에서 '모든'은 '분열'을 꾸미는지 '후유증'을 꾸미는지 잘 알 수 없다. 어떤 경우이든 왜 '모든'이 쓰였는지도 잘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모든'은 없는 게 낫다. '모든'이 없어도 글쓴이의 말하는 의도를 보여주는 데 문제가 없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 선거는 민주화를 희구한 이들에게 ‘분열의 후유증’을 일깨워 준 각성의 시작이 되었다.



'시키다'가 필요할 땐 써야


이번 대선을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소통하면서 묵은 상처를 치유하는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승화 일은 정치인의 의무다.

0509 ㅈ일보


'승화하다'는 '어떤 현상이 더 높은 상태로 발전하다'라는 뜻의 동사다. '승화하다'는 스스로 움직임을 뜻하는, 자동사다. 목적어가 있는 타동사로 쓰려면 '승화시키다'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위 예에서는 '이번 대선을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승화하는'으로 썼다. '승화시키는'이라고 해야 맞다. '시키다'를 쓸 필요가 없는 경우에 쓰는 것도 옳지 않지만 필요한 경우에 쓰지 않는 것도 역시 옳지 않다.


이번 대선을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소통하면서 묵은 상처를 치유하는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키 일은 정치인의 의무다.



'근소한'은 '차이'와 어울려


마크롱은 근소한 득표율로 함께 결선투표에 진출한 극우 성향의 르펜 후보를 두 배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0509 ㄷ일보


'근소하다'는 '얼마 되지 않을 만큼 아주 적다'라는 뜻의 형용사다. 마크롱과 르펜이 프랑스 대선의 1차 투표에서 얻은 득표율은 각각 23.7%와 21.9%로서 3위인 피용의 19.7%, 4위인 멜랑숑의 19.2%보다 높았다. 무엇보다, '마크롱은 근소한 득표율로 르펜 후보와 함께 결선투표에 진출했다'라는 말 자체가 잘 성립하지 않는다. '마크롱은 근소한 득표율 차이로 르펜 후보와 함께 결선투표에 진출했다'라야 뜻이 분명히 드러나는 데다 글쓴이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근소한'은 '차이'와 어울려 쓰여야 제대로 쓰인 것이다.


마크롱은 근소한 득표율 차이로 함께 결선투표에 진출한 극우 성향의 르펜 후보를 두 배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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