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어이없는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

by 김세중

'그러지 않아도'와 '그렇지 않아도'


얽힌 실타래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풀어야 한다. 미국의 새 정부와 대북 정책을 조율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급선무다. 이 과정을 통해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문제, 사드 문제, 대중(對中) 문제 등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자체가 또 다른 차원의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손익을 넘어선 가치 동맹'이라는 관념을 흔들어 놓았다. 한국 사드 비용 부담 요구도 꺼진 불이 아니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새로운 틀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지 않아도 문 대통령 지지 세력 일부는 반미(反美)적 성향이다.

0510 ㅈ일보


'그러지 않아도'의 '그러지'는 '그러다'의 활용형이다. '그러다'는 '그리하다'의 준말로서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다. '그러다'는 앞에 나오는 어떤 다른 동사를 대신하는 말이다. '그러지'가 대신하는 동사는 무엇인가?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그러지 않아도'가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라고 하는 것이 문맥에 잘 어울린다. 바로 앞의 '새로운 틀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의 '높다'는 형용사인데 이를 받아서 '그렇지 않아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는 '그리하다'의 준말로서 동사이고 '그렇다'는 '그러하다'의 준말로서 형용사다.


그렇지 않아도 문 대통령 지지 세력 일부는 반미(反美)적 성향이다.



어이없는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


대통령 권력에서 최상의 매력적인 자원은 언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이 자기만 아는 극단적인 수첩 인사에서 비롯됐음을 문 대통령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던 노무현 정부의 코드 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탕평, 통합 내각 구성에 인색해선 안 된다.

0510 ㅈ일보


'대통령 권력에서 최상의 매력적인 자원은 언어다.'라고 썼다. 대통령 권력의 자원은 언어가 아니라 인사라고 하는 것이 합당하다. 대통령은 다른 사람들이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언어는 대통령 아닌 야당 지도자라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더구나 그 다음 문장에서 대통령의 '인사'에 관해 상세히 언급하고 있다. '언어'는 위 맥락에서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 글을 쓸 때 어이없는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 권력에서 최상의 매력적인 자원은 인사다.



'국민과의 약속'이라야


청와대 공간 구조의 개혁, 분기별 기자회견, 국무회의·청와대에서 격의 없는 국정토론 등으로 소통 대통령이 되겠다는 국민과 약속을 잊어선 안 된다.

0510 ㅈ일보


'소통 대통령이 되겠다는 국민과 약속'에서 '국민과'는 '약속'과 호응하지 않는다. '국민과'라고 해야 '약속'과 호응한다. 아니면 '국민과 약속'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한 글자라도 줄이기 위해 '의'를 빠뜨렸는지 모르겠지만 줄여도 되는 경우가 있고 줄여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국민과의 약속'을 '국민과 약속'으로 줄여서는 안 된다.


청와대 공간 구조의 개혁, 분기별 기자회견, 국무회의·청와대의 격의 없는 국정토론 등으로 소통 대통령이 되겠다는 국민과 약속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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