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도록 글을 써야

by 김세중

단어는 서로 의미가 어울리는 것끼리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노후 원전은 수명 연장을 하지 않거나 폐지시키고, 신규 원전은 더 이상 짓지 않겠다고 했다.

0516 ㅈ일보


'노후 원전은 폐지시키고'라고 했는데 '폐지시키고'가 '노후 원전은'과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보기 어렵다. '폐지(廢止)하다'는 '실시하여 오던 제도법규, 따위를 그만두거나 없애다'라는 뜻으로 제도나 법규, 사업 등에 대해 쓰는 것이 보통이고 원전과는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또, '폐지(閉止)하다'라는 말이 '어떤 작용이나 기능이 그치다'라는 뜻으로 있기는 하나 잘 쓰이지 않는 어려운 말이다. 위 문맥에서는 '폐쇄하고' 또는 '가동을 중단하고'라고 하면 뜻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노후 원전은 수명 연장을 하지 않거나 폐쇄하고, 신규 원전은 더 이상 짓지 않겠다고 했다.



생략된 주어 알 수 없다면 주어 생략 안 돼


어제 폭로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저녁 술자리는 여러모로 의문을 자아낸다. 두 사람은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가 마무리된 시기에 부하 직원들을 대동하고 술을 마시며 ‘금일봉’이란 명목의 돈 봉투까지 돌렸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최순실 사건을 지휘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본부장이었고, 안 검찰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자주 통화한 사실이 있던 인물이다. 정황을 볼 때 서로 격려하고 회포를 푸는 자리였던 점은 능히 짐작된다. 무엇이 계기가 됐는지 진상조사가 불가피한 이유다.

0516 ㅈ일보


'무엇이 계기가 됐는지 진상조사가 불가피한 이유다.'에는 '이유다'의 주어가 없다. 주어가 생략되었다면 앞에 서 생략된 주어를 찾아야 하는데 위 예에서는 생략된 주어를 찾기가 어렵다. 바로 앞 문장은 '정황을 볼 때 서로 격려하고 회포를 푸는 자리였던 점은 능히 짐작된다.'로서 무엇이 계기가 됐는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생략된 주어를 쉽게 찾을 수 있을 때는 주어를 생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주어를 분명히 밝혀줘야 한다. 밝혀줄 주어가 마땅치 않다면 '이유다'로 끝내서는 안 된다. '진상조사가 불가피한 이유다'가 아니라 '진상조사가 불가피하다'로 끝내야 한다.


무엇이 계기가 됐는지 진상조사가 불가피하다.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도록 글을 써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당이었던 한국당은 국회에서 무조건 발목 잡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난 정부에서 절감했을 것이다. 청와대의 소통 노력 못지않게 야당도 매사에 딴죽만 걸지 말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정부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기 바란다.

0516 ㄷ일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당이었던 한국당은'에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당이었던' 때문에 '지금의 한국당'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예상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예상과 달리 '지난 정부에서 절감했을 것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즉, 여당 시절의 한국당에 대해 말하고 있다. 독자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이를 피하려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당이었던'이 아니라 '여당 시절'이라고 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당이었던 한국당은'을 살리겠다면 '지난 정부에서 절감했을 것이다'라고 할 게 아니라 '지난 정부 때의 경험으로 절감할 것이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도록 글을 써야 한다.


여당 시절 한국당은 국회에서 무조건 발목 잡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당이었던 한국당은 국회에서 무조건 발목 잡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난 정부 때의 경험으로 절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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