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뜻이 모호한 문장

by 김세중

주어가 있어야


근로자를 위한다는 친노동 정책이 도리어 근로자에게 해가 되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고 있다.

0726 ㅈ일보


위 문장에서 '역설적 상황을 만들고 있다'의 주어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 '근로자를 위한 친노동 정책이'가 주어인 듯 싶지만 '근로자를 위한 친노동 정책이'는 명백히 '근로자에게 해가 되는'의 주어이다. 혹자는 '근로자를 위한 친노동 정책이'가 '근로자에게 해가 되는'의 주어이면서 동시에 '역설적 상황을 만들고 있다'의 주어이기도 하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으나 무리스러운 주장이다. 억지로 주어가 있다고 할 게 아니라 주어가 명백하게 드러나도록 문장을 다듬는 것이 좋다. '역설적 상황을 만들고 있다'를 '역설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또는 '역설적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라고 하면 된다.


근로자를 위한다는 친노동 정책이 도리어 근로자에게 해가 되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뜻이 모호한 문장


온갖 명분으로 기업에 손을 내밀면서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이나 규제 혁파엔 아예 눈을 감고 있다.

0726 ㅈ일보


위 문장은 독자에 따라 다를지 몰라도 금세 뜻이 잘 파악되지 않는다. '기업에 손을 내밀면서'라는 표현 자체부터 그리 명료하지 않다. 주어는 생략된 '정부가'일텐데 정부가 기업에 손을 내민다는 것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다수의 독자는 궁금해할 것이다.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온갖 명분으로 기업에 손을 내밀면서'와 뒤에 이어지는 나머지 부분이 의미상 선명하게 대비된다고 보기 어렵다. 의미가 뚜렷이 부각되도록 하려면 '내밀면서'를 '내밀면서'라고 고치면 된다. 한 글자 줄여서 뜻이 모호해지는 것보다 한 글자 더 늘어나더라도 뜻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나음은 물론이다. '내밀면서'를 아예 '내밀지만'으로 고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온갖 명분으로 기업에 손을 내밀면서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이나 규제 혁파엔 아예 눈을 감고 있다.


온갖 명분으로 기업에 손을 내밀지만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이나 규제 혁파엔 아예 눈을 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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