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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다듬기] 무릇 말은 의미상 서로 호응해야

by 김세중

'사실' 바로 쓰기


그런데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김정은은 바보가 아니다. 핵을 포기하는 순간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0816 ㅈ일보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은 애매모호한 표현이다. '어떤'은 의문문에 쓰일 때와 평서문에 쓰일 때에 의미가 다르다. '어떤 일이 벌어졌니?'라고 할 때의 '어떤'과 '오늘 내게 어떤 사람이 찾아왔다'라고 할 때의 '어떤'을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평서문일 때도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라고 할 때는 또 의미가 다르다. 위 예에서 '어떤'은 무슨 뜻으로 사용되었나? 벌어질 일이 무엇인지 모를 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이라고 해야지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이라고 하면 안 된다. 그 반대로 '사실'을 살리고자 한다면 '어떤'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자신에게 불리한 사태가 벌어진다는 사실을'과 같이 표현해야 쉽게 이해된다.


핵을 포기하는 순간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알고 있다.


핵을 포기하는 순간 자신에게 불리한 사태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무릇 말은 의미상 서로 호응해야


이제 국민이 대통령에게서 듣고 싶은 말은 '대화하고 협상해보되 결국 안 될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0816 ㅈ일보


위 문장에서 '대통령에게서 듣고 싶은 말은'과 ''대화하고 협상해보되 결국 안 될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는 의미상 서로 호응하지 않는다. '대통령에게서 듣고 싶은 말은'과 호응하는 말은 ''대화하고 협상해보되 결국 안 될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답이다'이거나 ''대화하고 협상해보되 결국 안 될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 또는 ''대화하고 협상해보되 결국 안 될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것이다'이다. 만일 ''대화하고 협상해보되 결국 안 될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를 살리려고 한다면 앞에서 '국민이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말은'이라고 해야 한다. 무릇 말은 서로 의미상 호응해야 한다.


이제 국민이 대통령에게서 듣고 싶은 말은 '대화하고 협상해보되 결국 안 될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답이다.


이제 국민이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말은 '대화하고 협상해보되 결국 안 될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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