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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다듬기] 간명하게 쓰는 것이 좋다

by 김세중

간명하게 쓰는 것이 좋다


그가 판사들을 향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판사를 어떤 자리에 중용(重用)하는지 하는 것이 법관들의 판결에 음으로 양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0822 ㅈ일보


'그가 판사들을 향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판사를 어떤 자리에 중용(重用)하는지 하는 것'라고 했는데 '그가 판사들을 향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판사를 어떤 자리에 중용(重用)하는지가'와 다를 것이 없다. '하는 것이'의 '하는'이 그 앞의 '중용하는지'의 '하는'과 중복되기도 하고 꼭 필요하지가 않다. 따라서 '하는 것'을 들어내는 게 좋다. 간명하게 쓸 때 독자의 이해가 더 빠르다. 군더더기는 없을수록 좋다.


그가 판사들을 향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판사를 어떤 자리에 중용(重用)하는지가 법관들의 판결에 음으로 양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시키다' 남용 말아야


교사들이 자기들 말을 듣는 대로 빨아들이는 아이들을 상대로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주입시키려 든다면 세뇌와 같다.

0822 ㅈ일보


'주입(注入)하다'는 원래 '흘러 들어가도록 부어 넣다'라는 뜻인데 교육학 용어로 '기억과 암기를 주로 하여 지식을 넣어 주다'라는 뜻을 지닌다. 문제는 '주입하려'라고 해도 충분한데 '주입시키려'라고 했다는 점이다. '주입하려'라고 하면 뜻이 잘 드러나지 않을까봐 '주입시키려'라고 했는지 모르나 '시키다'를 남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혼하다'와 '결혼시키다'처럼 뜻이 극명하게 달라질 때에 '시키다'를 써야 한다.


교사들이 자기들 말을 듣는 대로 빨아들이는 아이들을 상대로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주입하려 든다면 세뇌와 같다.



정확한 표현이 아쉽다


김 후보자는 다음달 24일로 끝나는 양 대법원장의 뒤를 이어 6년간 사법부를 이끌 예정이다.

0822 ㅈ일보


'다음달 24일로 끝나는 양 대법원장'이라고 했는데 무슨 뜻인지 대개 독자들이 이해하겠지만 표현은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양 대법원장이 24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양 대법원장의 임기가 24일로 끝나기 때문이다. 달리 '다음달 24일로 퇴임하는 양 대법원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끝나는'과 '퇴임하는'은 뜻이 뚜렷하게 다르다. 신문 사설은 가장 모범적이어야 한다.


김 후보자는 다음달 24일로 임기가 끝나는 양 대법원장의 뒤를 이어 6년간 사법부를 이끌 예정이다.


김 후보자는 다음달 24일로 퇴임하는 양 대법원장의 뒤를 이어 6년간 사법부를 이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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