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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ug 27. 2017

홍천강변 캠핑

홍천군 서면 반곡리에서 1박 2일

3주쯤 전인가. 오랜 친구 넷은 저녁에 모여 술 한잔 하면서 갑자기 홍천강변에 캠핑가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누구 입에서 먼저 얘기가 나왔는진 모르겠다. 얼떨결에 그렇게 하자고 했고 날짜는 바로 잡혔다. 8월 26일(토)로 하자고... 그리고 그날이 차츰 다가왔다. 며칠 앞두고는 연일 비가 왔다. 이러다가 1박 2일 야영하면서 즐기는 건 물 건너가지 않았나 하는 위기감이 밀려왔다. 거의 매일 비가 왔으니 말이다. 그러나 일기예보를 믿었고 결국 일기예보대로 거사 당일인 토요일엔 하늘이 쨍하니 맑았다. 그렇게 지겹게 내리던 비는 말끔히 물러갔다. 


난 얼마 전 구입한 2인용 텐트, 매트, 그리고 침낭을 작은 배낭에 구겨 넣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9시에 태릉입구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제일 먼저 도착했다. 그러나 바로 이어서 '민', '수1', ' 수2'가 속속 도착해서 금방 성원이 완료됐다. 영주에서 올 '영'은 홍천강변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된다. 태릉입구역을 출발했다.


서울여대, 육사, 태릉, 삼육대를 차례로 지나 담터고개를 넘으니 구리시였다. 아파트가 가득 들어찬 별내동을 지나 시원스레 뻗은 46번국도를 타고 춘천 방향으로 신나게 달려나갔다. 퇴계원 옆을 지나고 진건읍 사릉도 지나 화도까지 간 뒤에 경춘고속도로에 올라탔는데 차들이 고속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사고난 것도 없는데 차량이 워낙 많다 보니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영주에서 출발한 영이 이미 홍천강에 도착했단 카톡이 왔다. 아니! 영주에서 벌써! 화도에서 설악IC까지 그리 멀진 않았으나 길이 꽉 막혀서 도무지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겨우 설악IC를 빠져나와 미리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던 영과 만날 수 있었다. 드디어 성원 5명이 모두 모였다. 부지런히 장을 보았고 필요한 물품을 모두 구입해 차에 싣고 홍천강변을 향해 두 대의 차는 설악면을 출발했다.



설악면을 벗어나 얼마 가지 않아 길가에 옥수수 파는 데가 있음을 보고 차를 멈추고 옥수수를 한아름 샀다. 한 박스 가득히 만 원을 주고 샀는데 나중에 익혀 보니 부실한 게 많긴 했다. 파는 할머니 도와드린다 셈 치고 산 것이니 후회는 없었다. 옥수수 파는 자리 바로 옆에 거대한 느티나무가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1,480년경에 심은 거라고 돼 있었다. 자그마치 수령이 550년 가량 된 나무였다.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됐다. 널미재를 넘었더니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서 강원도 홍천군 서면으로 바뀌었다. 모곡리에서 드디어 홍천강을 만났다. 강변을 얼마 달리니 양평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사거리였고 좌회전해서 다리를 건넜다. 오른편은 깎아지른 절벽이요 왼편은 홍천강이었다. 그곳은 서면 개야리였다. 민이 그곳을 잘 알기에 큰길에서 왼편으로 꺾어 개야리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캠핑할 좋은 장소를 찾으려 차를 몰고 천천히 마을 안 길을 지났다. 그가 말했다. 오래 전에 왔었는데 그때와 여러모로 달라졌다고... 무엇보다 강가에 텐트 칠만한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자갈이나 모래가 깔린 강가여야 하는데 강변에 수풀이 우거져 있을 뿐이었다. 개야리는 포기하고 팔봉산쪽으로 더 가보기로 했다. 개야리를 빠져나왔다. 홍천강 위로 난 다리를 여럿 지났는데 갑자기 오른편으로 강변에 넓디 넓은 모래밭이 펼쳐져 있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리로 가자~~!! 모두들 한마음이 돼서 더 갈 것 없이 바로 저기로 가자 했고 길가에 난 작은 길로 빠져들어가 강가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의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아 조심스레 살살 내려가야만 했다. 우린 그랜드 스타렉스라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뒤따라오는 영의 승용차는 아마 바닥이 계속 닿아서 마음을 졸여야 했을 것이다. 드디어 강변에 닿아 적당한 지점에 차를 세웠다. 목적지에 닿은 것이다.


민의 차에서 장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스타렉스 넓은 짐칸에는 민이 이미 30년 전부터 모으기 시작한 야영 장비들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하나하나 내린 뒤에 먼저 타프부터 설치했다. 그늘막으로 먼저 해를 가려야 했으므로. 타프는 워낙 큼지막해서 기둥을 세우고 펙을 박는 데 모두 힘을 보태야 했다. 바람이 제법 불어 펙을 박고 무거운 돌로 펙이 빠지지 않게 하느라 좀 애를 먹었다. 그러나 곧 집 한 채가 완성이 됐고 점심을 먹어야 했기에 취사 준비에 들어갔다. 다섯 명은 각자 부지런히 무언가를 만들었다. 압력솥에 밥을 하고 한편으로 삼겹살을 굽고... 목이 마르니 시원하게 맥주 한잔 하자고 해 설악면에서 사온 맥주를 냉큼 다 마셔버렸다. 강변이라 공기는 한 없이 맑았고 바람은 시원했다. 날씨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찌는 듯한 더위는 물러간 지 오래, 강변에 앉아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더구나 오랜 옛친구들과 함께니 모든 근심걱정은 절로 다 잊혀지고 그저 즐겁게 웃고 떠들 뿐이었다. 


점심을 먹고서는 약속이나 한 듯이 낚시 도구를 챙겨 겨우 10미터나 떨어졌을까 바로 곁의 물가로 들어갔다. 물은 차츰 깊어져가 폭이 100미터 정도 되는 강의 깊은 곳은 세 길이나 된다고 했다. 그래서 물가 5미터 정도 이상은 들어가지 않았다. 거기도 벌써 물이 배까지 찰 정도였으니까... 낚시는 견지낚시를 했다. 민이 고기잡이에 일가견이 있는지라 그가 물에 들어간 지 불과 1분이 지났을까 벌써 한 마리를 잡았다 했다. 몇 번 당기지도 않았는데 피라미 한 마리가 미끼를 문 것이다. 민은 10분도 안 돼 세 마리를 그렇게 잡았다. 그러나 나머지 일행 네 명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우리가 합류하니 민도 그 후론 고기를 낚지 못했다. 한 시간 가량 강 속에서 시도를 하다가 철수했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졌다. 도무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술은 다 떨어져서 더 사와야 하나 싶었는데.... 어둡기 전에 텐트를 쳐야 했다. 타프만큼이나 큼직한 텐트가 또 쳐졌다. 10사람도 더 잘만한 넓은 텐트였다. 나는 배낭 속에 넣어둔 내 텐트를 꺼냈다. 순간 아뿔싸~ 하는 비명이 절로 나왔다. 새로 구입한 내 텐트는 2인용으로 본체와 폴이 따로 담겨 있었는데 천으로 된 본체만 덜렁 들고오고 폴을 두고 온 것이었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텐트를 세울 수가 없는데 본체가 무슨 소용.... 쓴맛을 다시고 텐트를 집어넣어야 했다. 영주에서 온 영은 다른 낚시도구는 다 챙겨 왔는데 낚싯대를 깜빡 잊고 두고 왔다고 했는데 두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이 중요한 걸 빼먹고 왔다. 한바탕 웃고 말았다.


텐트를 설치하고는 저녁을 해먹었다. 역시 야영의 재미는 밥 해먹는 재미다. 설악면에서 사온 식재료를 다 꺼내서 조리에 들어갔다. 밥이 참으로 맛있게 잘됐다. 반찬도 물론! 잣막걸리와 발렌타인 양주, 소주도 저녁 식사 자리에 다 나왔다. 권커니 자커니 계속 마셔댔지만 취할 줄을 모른다. 강변 바람이 시원하고 맑은 공기, 그리고 정다운 친구들이 있으니 그렇다.


웬만큼 먹고 마신 다음엔 자리를 옮겨 화로에 불을 피웠다. 모닥불을 피운 것이다. 설악면에서 땔감을 만 원어치 사 왔지만 강변에 버려진 평상이 있어 그걸 땔감으로 쓰고자 가서 나무를 뜯어왔다. 그리고 도끼로 조각을 냈다. 제법 땔감이 만들어졌고 그걸 요긴하게 사용했다. 모닥불은 피어 올랐다. 이야기꽃이 피었다. 옛날 이야기, 요즘 사는 이야기, ... 수가 기타로 분위기를 띄웠다. 7080노래를 곁들여 가면서... 그 많던 땔감이 거의 다 타들어갔다. 자정이 가까웠을 때 비로소 더 태울 나무가 없었다. 이제 잠자리에 들 때가 됐다. 놀라운 일이 있었다. 저녁 무렵에 세워 놓은 텐트에 들어가보니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닌가. 텐트 지붕에 이슬이 맺히고 그게 텐트 안으로 스며들어온 것이었다. 이런 난리가 있을 수 있나! 도저히 그곳에서 잘 수가 없었다. 부랴부랴 보조 텐트를 꺼내 타프 옆에다 그걸 쳤다. 다행히 원터치식이라 쉽게 세울 수 있었다. 다섯 명이 자기엔 딱 적당한 크기였다. 넓지도 좁지도 않고 적당했다. 나란히 다섯 명의 친구들은 잠에 빠져들었다. 곧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에 잠에서 깨보니 겨우 5시가 좀 넘었다. 영이 나처럼 역시 좀 일찍 깼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6시쯤 돼서 둘은 텐트를 빠져나왔다. 나머지 셋은 여전히 잠들어 있는데... 이미 날은 훤히 밝아 있었다.


아침 준비를 시작했다. 어제 먹다 남은 삼겹살과 목살을 김치와 함께 넣고 물을 좀 부어서 끓였다. 그 사이에 친구들도 일어났다. 아침상이 마련됐다. 엊저녁 못지 않게 밥이 맛있다. 식욕이 절로 돋았다. 술만 엊저녁 다 먹어 없을 뿐이었다. 아침에 술 먹을 일 있나. 밥을 먹고 그 자리에 앉아 또 이야기는 그칠 줄을 몰랐다. 9시가 지나고 10시가 됐다. 이제 슬슬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점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점심을 먹고 헤어져야 하는데 넷은 서울로 가지만 영은 영주로 가야 한다. 점심을 사먹고 헤어지자면 바로 가까이엔 식당이 없고 팔봉산유원지쪽으로 가야 있을 것같은데 번잡할 거 같아 그냥 점심까지 해먹고 가기로 했다. 라면을 끓였다. 남은 반찬도 제법 됐다. 라면 역시 꿀맛이었다. 홍천강변에서 네 끼를 해 먹었는데 먹는 건 역시 즐거웠다. 점심까지 먹은 다음엔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 다섯 명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주변 정리를 말끔히 했으며 쓰레기는 미리 사온 커다란 쓰레기봉투 하나에 다 담았다. 장비는 차곡차곡 접어서 가방 속에 넣은 뒤 차에다 실었다. 언제 우리가 와서 놀았나 싶게 놀고 즐기던 그 자리는 깔끔해졌다. 그러니까 거의 24시간을 같이 지낸 거 같다. 영과 우선 헤어져야 했다. 그는 이제 홀론 쓸쓸히 영주까지 차를 몰고 갈 것이다. 다음에 또 만나자 하고 영과 헤어졌다. 그는 오른쪽으로, 우린 왼쪽으로 차를 몰았다.



전날 온 길을 고대로 되돌아갔다. 다만 개야리에서만 마을 안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았을 뿐이다. 홍천강변을 벗어나 널미재를 넘어서 설악면으로 들어왔고 청평으로 지방도를 타고 갈까 고속도로를 이용할까 잠시 망설이다 고속도로를 타기로 했다. 전날 왔던 바로 그 길이다. 설악IC에 들어서서 잠시 좀 막혔지만 곧 풀렸고 화도까지 금방이었다. 별내를 지나 화랑대입구역에서 수1, 수2가 내렸다. 다음인 태릉입구역에서 마지막으로 내가 내렸다. 초등 친구 다섯 명은 무언중에 다음을 기약했다. 이런 즐거움을 왜 마다할까. 택일만 남았다.




모처럼의 1박 2일 캠핑은 참 좋았다. 우선 하늘이 도왔다. 최근 10여 일 동안 비가 오지 않은 날이 며칠 있었던가. 주중에 내내 비가 내렸는데 토요일이 되자 하늘이 쾌청했다. 어찌 하늘이 도왔다고 하지 않을 수 있나. 더구나 캠핑을 마치고 일요일에 돌아왔는데 월, 화 다시 비 소식이 있다니 말이다.


장소 선택이 성공적이었다. 일행 다섯 사람 중 한 사람이 홍천강을 전에 여러 번 온 적이 있었는데 그가 추천한 대로 따라서 결과가 좋았다. 홍천강은 서석면과 두촌면에서 흘러나와 홍천읍을 거친 뒤 팔봉산유원지 아래를 돌아서 가평군 청평면에서 청평호와 만나 남한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이번에 하루를 보낸 반곡리 홍천강변은 그 중 한 지점인데 탁 트인 강변에 주변 경관이 수려했다. 휴가철 정점이 지났을 때라 사람도 적었고 그렇다고 적막하지도 않아서 좋았다. 홍천군에서는 인근 주민을 관리요원으로 임명해서 꾸준히 순찰을 돌며 야영객들을 돌봐주었다. 수심이 세 길이나 된다니 처음 온 사람들이 멋모르게 강에 뛰어들었다간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데 주민 관리요원들은 말동무도 돼 주면서 도움말을 해주었다.


서울 가까이엔 이렇게 자연이 온전하게 보전된 곳이 별로 없고 야영장이 있어도 여러 가지 제약이 많지만 홍천군 서면에 와보니 우선 공기부터 달랐고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여간 좋지 않았다. 밤하늘에 별을 제법 볼 수도 있었다. 야영 전문가인 일행 중 한 친구가 그랬다. 이렇게 호젓하고 깨끗한 데서 야영할 수 있는 곳이 홍천강과 남한강 강변이라고... 그가 좋은 곳을 안내해 주었다. 머지 않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홍천강변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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