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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Sep 17. 2017

서울에서 충주 가기

13시간의 주행

지난 7년 동안 숱하게 자전거여행을 다녔으나 주로 당일치기였다.

이따금 1박 2일이나 2박 3일의 여행도 하였고

재작년엔 14박 15일에 걸친 장거리여행도 하였지만 늘 잠은 모텔이나 찜질방에서 잤다.


모텔, 찜질방이 잠자리도 편안하고 목욕으로

피로를 풀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불편한 점도 많았다.


우선 아무데나 모텔, 찜질방이 있지 않은 만큼 행동에 제약이 많았다.

잠을 자기 위해선 어떻게든 모텔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주로 도회지에 그런 시설이 있지 시골로 가면 눈 씻고 봐도 없으니 불편했다.


해서 한 달쯤 전 야영장비를 구입했다.

자전거여행을 하며 아무데나 자고 싶은 데서 자기 위해서...

여행 경비를 절약할 수 있음도 물론이고.

동대문에 나가서 텐트와 매트를 샀고 사당동에 가서는 침낭을 샀다.


그리하여 어제 2017년 9월 16일(토) 첫 캠핑 자전거여행을 떠나게 됐다.

목표지는 충주로 잡았다.

일요일에 서울에 결혼식이 있으니 충주 조정지댐 부근에서 1박하고

이튿날 아침 서울로 돌아오리라 하고...


토요일 새벽 5시 45분 집을 나섰다.

집은 안양과 서울의 경계쯤 된다.


안양천을 따라 한강 방면으로 달리면서 서서히 어둠이 걷히기 시작했다.

12시간 이상 달려야 하니 처음부터 속도를 내지 않으려 맘을 다잡았다.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선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48분만에 한강에 이르렀다.

한강합수부에...

이미 많은 자전거꾼들이 그곳에 와서 쉬고 있었다.

건설중인 월드컵대교

3분 가량 쉬었다가 여의도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에 갈림길이 예전과 좀 달라져 있었다.

마포대교쪽은 왼쪽, 잠실은 오른쪽이란 표시가 크게 붙어 있었다.

멀리 여의도가 손에 잡힐듯

늘 왼쪽으로 갔지만 이번엔 오른쪽을 택해 보았다.

오른쪽 길은 여의도 남단의 숲속에 난 자전거길로 사람이 별로 안 다니는 길이다.

아침이라 특히 호젓했다.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조용한 숲속 길이 있다니....

곧 63빌딩 부근을 지났고 자전거길은 합류해 한강철교쪽으로 나 있었다.


한강대교, 동작대교 등을 지나고 반포대교 앞도 지났다.

한남대교, 동호대교, 성수대교 등도 지났으며

어느덧 잠실운동장 앞 탄천-한강합수부에 이르렀다.

출발한 지 2시간 가량 지나 있었다.

잠실 어딘가에서

천호대교, 광진교도 지나고 암사대교를 지나니 첫번째 언덕이 나타났다.

전엔 맨몸으로 달렸는데 이번엔 텐트, 침낭이 든 배낭을 메고 달리니

아무래도 언덕 오를 때 힘이 좀 부쳤다.

슬겅슬겅 오르니 금세 정상이었지만....


미사리 기나긴 직선도로를 달릴 땐 참으로 많은 자전거꾼들이 지나갔다.

다들 어디론가 자기 목표지로 가고 있겠지...

팔당대교를 건너고 교차로를 건너기 위해 신호 대기를 할 때 시계를 보니 9시였다.

출발한 지 3시간 15분이 지나 있었다.


10여 분 더 달려 터널 지나 능내역 앞 휴게소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긴 휴식을 취했다.

이온음료 한 병, 그리고 연양갱과 초코렛을 사먹었다.

20분 가량 쉬었던 거 같다.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양수대교를 건너 양수역을 지나니 터널이 참 많다.

용담아트터널에 들어서서 왜 '아트'가 붙었는지 실감했다.

두물머리 부근을 지난다

터널 안엔 조명이 휘황찬란했는데

그 색깔이 차츰 빨강으로, 노랑으로 바뀌는 게 아닌가!

그게 아트가 아니고 뭔가.


그 후로 부용4, 부용3, 부용2, 부용1터널을 차례로 지났다.

신원역 앞을 지나고 국수역도 통과해 터널 하나 지나니

왼족에 아신역이 우뚝 서 있었다.

그곳은 옥천냉면으로 유명한 옥천면이다.

양평 좀 못 왔는데 멀리 보이는 산이 용문산 같다
벽이 온통 덩굴로 뒤덮인 집이 고풍스럽다


양평읍이 차츰 가까워오니 길이 번잡해졌다.

특히 오빈역 부근이 그랬다.

조심해서 길을 건너야 하는 때가 한번 있었다.


양평군립미술관에 오니 11시였다.

미술관은 역시 미술관다웠다.

설치미술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전위적이다 싶었다.

양평군립공원 앞을 지난다

그곳을 지나니 바로 양근사거리인데 차량들이 사방에서 신호를 기다린다.

어떻게 해야 여주 방향 자전거길을 만나지?

늘 헷갈린다.


다리 밑으로 자전거들이 달리고 있는데

저 아래로 어떻게 내려가지 싶지만 길을 알 수 없다.

그냥 강 옆으로 난 도로의 인도에도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인도로 달렸다.

양평교육지원청과 양평초등 앞도 지나고 어느새 양평교에 이르렀다.


길을 건너서부터는 갑자기 길이 조용해진다.

갈산공원에서 두번째 휴식을 취했다.

이곳은 늘 아늑한 느낌을 준다.

바로 앞에 드넓은 남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배경으로 산들이 펼쳐져 있다.

남한강 건너에 전원주택들이 평화롭다
멀리 보이는 산이 용문산 같다

이제 점심을 먹어야겠다 싶었고 개군에 가면 뭔가 있겠지 해서 개군면으로 달렸다.

개군 가기 전에 가파른 고개가 하나 있다.

자전거길을 강 따라 만들 수 없어서 강을 우회하는 도로다.

지도에 보니 '후미개고개'다.


차들이 별로 안 다녀서망정이지 경사가 제법 되고 거리도 만만치 않아

처음으로 이를 악물고 달려야 했다.

후미개고개를 넘으니 이번엔 너무나 가파른 내리막이다.

여긴 또 그냥 직선길이 아니고 똬리 틀 듯이 꼬부라져 있어

아주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됐다.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서...


그 구간을 지나니 갑자기 거대한 운동시설이 나타났다.

개군레포츠공원으로서 야구장, 축구장 등 없는 게 없다.

마침 토요일이라 떠들썩한 행사가 한창 치러지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곳을 지나 얼마 안 가 개군면이 나타났다.

전에 와본 적이 있는 데라 어렵지 않게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개군면의 많은 음식점 중에서 그 집은 손님 많기로 단연 압도적이었다.

순대국으로 그렇게 번성한 곳은 전국 어디서도 잘 보지 못했다.

들어가니 빈 자리가 없었다.

어떤 사람이 혼자 먹는 테이블에 양해를 구해 맞은편에 자리잡았다.


오늘 장거리여행이니 일반이 8천원이지만 특으로 9천원짜리를 주문했다.

든든히 먹어둬야겠다 싶어서....

9천원이면 비싼 편이지만 돈이 아깝지 않았다.

정성들여 만들었다 싶었다.


1시에 음식점을 출발했다.

어느덧 이포보 부근이다.

그곳은 그리고 막국수로 유명한 천서리 부근이기도 하다.

양평에서 여주 사이 어딘가


이포보 앞을 지나니 드넓은 오토캠핑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은 당남리였다.

피크닉 나온 사람들이 도처에 텐트를 치고 있었다.


그 후로도 길은 드넓었다.

쾌적했다.

날은 쾌청하고....


여주보에 이르렀다.

여주보는 이포보 부근과 달리 캠핑 시설은 없었다.

그러나 여주보에서 북쪽을 바라보니 경관이 기가 막히다.

남쪽 여주 시내 방향보다 북쪽 경관이 탁월했다.

여주보를 건너기 전 파노라마사진을 찍어보았다
맞은편이 신륵사. 역시 파노라마사진

여주보를 건너서 좌회전해서 여주시내로 향했다.

강 따라 난 길이 도중에 끊겼다.

공사중이라 했다.

계단으로 올라와 영월공원 앞을 통과해 썬밸리호텔도 지나니 갑자기 번잡해졌다.

금은모래캠핑장이었다.

나들이 나온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신륵사가 바라보이는 곳에 돛단배가 떠 있다. 유람선인 모양이다.

쉬어야겠다 싶어서 커피 파는 곳에서 망고주스를 사서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혼자서 일하는 아가씨가 유난히 친절했다.

인상적이었다.


20분쯤 쉬었다가 3시에 금은모래캠핑장을 출발했다.

바로 이어서 강천보였고 강천보를 건넜다.

강천보 끝에서 내려가는 길이 특이하다.

하도 가팔라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지 못하도록 요철을 박아 놓았다.

결코 자전거 탄 채로는 가지 못하게...

자전거애서 내려 조심조심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갔다.

워낙 경사가 가팔라 자전거에서 내려서 가게 강력한 요철을 심어 놓았다
강천보 아래에서 남한강 상류 방향을 보다

그 후로 길이 참으로 평탄하고 고요해서 좋았다.

온통 공원이었다.


가다가 갑자기 길이 헷갈렸다.

오른쪽으로 가라는 표시가 있어서 들어섰는데 안 가 본 낯선 곳이다.

강천섬이었다.

강천섬은 온통 캠핑장이거나 산책로, 생태공원이었다.

언제 한번 와서 캠핑을 해야겠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강천섬을 빠져나와 작은 다리를 건너니 오른편에

장갑차와 전차가 수십 대 모여 있어 아주 깜짝 놀랐다.

군 훈련 중인 모양이었다.


다시 자전거전용도로는 없어지고 일반 도로와 겸용인 곳을 지났다.

양평 개군의 '후미개고개'보다는 덜 경사지지만 길이는 더 길었다.

꾸준히 올라가니 정상이었고 내리막을 달리는 쾌감은 뭐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섬강교 앞에 다다르니 경기도는 끝, 강원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섬강교에서 바라본 섬강. 계속 가면 간현, 원주, 횡성에 이를  것이다

다리를 건너 얼마 안 가서 왼쪽으로 내리막길로 접어들어야 했고

세찬 내리막을 달리니 자전거길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조용한 길을 5분 정도 달렸을까 섬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에 이르렀다.

오른쪽의 섬강이 왼쪽의 남한강과 만나는 곳이다

자전거길은 높은 지대로 나 있었고 부론이 점차 가까워졌다.

부론에서 다시 다리를 만났다.

남한강대교였다.


다리를 건너니 이번엔 충청북도가 가디라고 있었다.

충주시 앙성면이 시작됐다.

왼쪽으로 꺾어서 줄기차게 달리기 시작한다.

막 남한강대교를 건너 원주시 부론면에서 충주시 앙성면으로 넘어왔다. 이 길로 줄기차게 달리면 충주다.
길이 여간 평온하지 않다

단암리도 지나고 영죽리도 지났다.

5년 전과 아주 비교가 됐다.

그땐 영죽리 부근의 남한강자전거도로가 산비탈에 난 좁은 길이었다.

노면도 포장이 안 돼 있었다.


5년 동안 싹 달라져 있었다.

2차선 포장 도로가 깔끔하게 단장돼 있었고 달리는 차들이 거의 없었다.

쾌적하게 달렸다.

비내섬에 이르기 조금 전이다
길이 여간 호젓하지 않다

비내섬이 점차 가까워졌다.

비내섬휴게소에서 멈추었다.

이온음료를 사마시면서 마지막 전열을 가다듬었다.

조정지댐까지 넉넉 잡아 한 시간은 가야 하니까.

비내섬휴게소에 앉아서 건너편 섬을 바라보다

휴게소를 지나서 그리 가파르지 않은 언덕을 넘으니 온천지대였다.

탄산온천으로 유명한 능암온천이 거기 있었다.

온천까지 안 가고 자전거길은 왼쪽으로 꼬부라져 있어 그 길을 택했다.


그 후로도 길은 고요하고 호젓했다.

왼쪽으로 한번 꺾어야 하는 곳이 있어 잘 살펴야 했고

조정지댐까지 가는 길은 더없이 쾌적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차츰 조정지댐이 다가오고 있었다.

드디어 조정지댐 가까이에 이르렀다

휴게소에 이르니 6시 반....

출발한 지 12시간 45분이 지나 있었다.


저녁을 먹어야겠기에 올갱이해장국을 주문했고 휴대전화를 충전시켰다.

어둠이 깊어가니 조금 불안해졌다.


조정지댐 건너편에 텐트 칠 곳은 적당한 데가 있을지,

그리고 텐트 치기가 매우 쉽지만 한 달만이라 잘 쳐질지....


올갱이국을 후다닥 먹고서 휴게소식당을 나와 조정지댐을 건넜다.

충주로 가려면 우회전해야 하지만 나는 야영을 해야 하니 왼쪽으로 꺾었다.


얼마 안 가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 어둠 속에서 조심스레 내려갔다.

차가 여러 대 있었다.


적당한 곳을 찾아 텐트를 펼쳤는데 어두워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구입한 뒤 집 거실에서 한번 해보았을 뿐 야외 실전에선 한번도 안 해 봤다.

한 달 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점점 더 어두워져 가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친구 ㅇ에게 전화하니

마침 친한 지인들이 그 근처에 있다지 않는가.

얼마 후에 지인들이 손전등을 비추며 내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 나누고

그분들 도움을 받아 쉽게 텐트를 세울 수 있었다.

구입한 후 실전에 처음 사용해보다

밤하늘에 별들이 여간 빛나지 않았다.

서울에선 잘 보지 못하던 장면....


텐트 안에 들어가 침낭 속에 몸을 뉘었다.

고요 속에 남한강 물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야영의 참맛을 오롯이 느끼며 잠에 빠졌다.


이튿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 신속하게 텐트를 걷고

배낭에 짐을 싸서 주변을 둘러본 뒤 자리를 떠났다.

아침에 일어나 야영한 곳을 되돌아보며

조정지댐을 건너 남한강 남쪽 자전거길을 달렸다.

북쪽 자전거길은 거리가 너무 멀어 남쪽을 택했는데 참 잘했다 싶었다.

나무 데크로 난 자전거길은 왼편으로 까마득히 아래에 남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중앙탑면과 조정경기장 앞을 지나고

충주박물관도 보이는데 중앙탑사적공원이 대단히 넓다.


그 후로도 자전거길은 잘 나 있었다.

탄금대교 옆의 자그마한 탄금교를 건넜고 충주공용버스터미널에 닿으니

6시 35분발 강남행 우등고속이 막 떠나기 직전이었다.

가까스로 표를 사서 버스 짐칸에 자전거를 밀어넣고 차에 오를 수 있었다.


일요일 아침에 좀 부산을 떨긴 했지만 첫날 13시간의 주행은 편안했다.

무리 없이 풍경을 즐기며 '즐라 안라' 했다.

5년만의 남한강 따라 충주 가기는 즐거움 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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