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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Nov 30. 2017

'고흥반도' 출간

김세중 자전거여행기 10

지난 10월 초순 초유의 기나긴 연휴 때 섬진강을 자전거로 종주하고 여수반도까지 내달렸다. 그때만 해도 여름의 자락이 아직 남아 있을 때라 낮엔 매우 더웠다. 섬진강의 끝은 광양이었는데 광양에서 여수로 가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아 비상수단을 꺼내 들었다. 자전거 앞바퀴를 떼어 택시 트렁크에 실은 뒤에 여수로 넘어갔던 것이다. 택시를 타지 않았다면 순천을 거쳐서 여수로 가야 했는데 갈 길이 너무 아득했기 때문이다. 어떻든 택시로 이순신대교를 건너 묘도로, 다시 묘도대교를 건너 여수반도에 닿아 돌산도, 금오도 등 섬을 돌고 다시 반도로 넘어와 여수반도 서쪽 지방 비경을 탐험하듯 달렸었다. 그때 고흥반도가 바로 건너에 있었지만 거길 여행하려면 또 며칠 걸려야 해서 고흥반도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서울로 돌아왔었다.


그러나 고흥반도가 너무 궁금해 불과 2주 뒤 고흥으로 내려가 4박 5일간의 여행에 들어갔다. 과연 가보니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밤에 고흥읍에 도착해서 야영한곳은 고흥읍 북쪽 공원 지역이었다. 그곳엔 공설운동장과 생활체육공원이 있었으며 현충탑이 있었다. 이튿날 아침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됐다. 북으로 향했다. 두원면소재지를 통과해 신흥마을에 가니 해변이었고 해변 따라 남쪽으로 내려왔다. 풍류마을을 지나서는 기나긴 고흥만방조제를 건넜고 도덕면이었다. 용동해수욕장까지 보고 남쪽으로 내려와 녹동 외곽을 지나 소록로로 연결되는 소록대교를 건넜다. 그리고 말로만 숱하게 들어왔던 소록도에 내딛게 된다. 그곳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정갈하기 그지없었다. 섬 전체가 소록도병원 관할이었으니까. 지난 100년의 소록도 역사를 보여주는 두 곳의 전시를 보면서 이 섬에 어린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을 잠시 생각했다. 이어서 기나긴 거금대교를 건너 거금도로 건너갔다. 


거금도에서 깊은 감동을 연이어 받는다. 거금도는 곧 금산면이다. 거금도 서쪽 연홍도 맞은편 넓은 들은 새들의 천국이다. 하늘을 뒤덮는 새떼를 넋 놓고 보았다. 우두마을을 지날 때 둘레길 표시를 따라 자전거를 들고 올랐다가 그만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경치에 취해 그곳에서 야영키로 결정한다. 그리고 무덤가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작은 트럭 한 대가 산에 올라오더니 멈추었다. 산 주인이었다. 처음엔 낯선 나를 경계했으나 곧 대화는 무르익고 즐겁게 대화 나누고 헤어졌다. 헤어질 때 그에게 명함을 건넸다. 잠시 후 전화가 왔다. 바로 그에게서 온 것이었다. 아침 식사를 같이 하자고 집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따뜻한 식사를 하며 인정을 한껏 느꼈던 아침이었다. 거금도 남쪽 해안길은 호젓하기 그지없었다. 산에는 엄청난 규모의 태양열 집전판을 보았다. 동쪽에 몇 마을이 있었다. 동북쪽 월포마을을 지날 때도 시골의 따뜻한 인심을 진하게 느꼈다. 가게에서 컵라면을 샀더니 글쎄 김치는 물론이요 밥까지 한가득 내오지 않는가. 우리네 옛 시골 인심이 살아 있는 거금도였다. 


도양읍은 녹동항이 있었는데 여간 번성하지 않았다. 활기가 넘쳐 흘렀다. 오마리엔 오마간척한센추모공원 앞을 지났다. 슬픈 역사가 그곳에 있었다. 풍남항을 지나 도화면에 이르렀고 야영은 발포해변에서 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룻밤을 보냈다. 이튿날엔 계속 달려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를 차례로 방문했다.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을 찾아가는 길은 경사가 심해 험난했지만 이겨내고 기어코 찾아가고야 말았다. 


고흥반도 여행에서 숨은 비경은 영남면에서 찾아냈다. 남열리의 해돋이해수욕장 부근 우미산 아래에 고흥우주발사전망대 부근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전망이 탁 트였다. 하늘엔 뭉게구름이 장관을 펼쳤다. 그뿐이 아니었다. 용바위쪽을 찾아가는 길에 본, 해와 구름과 바다가 어우러져 펼치는 빛의 쇼는 실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팔영산은 어디에서도 있었다. 오묘한 바위가 능선을 잇고 있었다. 과역면에서는 온갖 먹거리들이 풍요함을 보았다. 점암면과 포두면을 거쳐 고흥읍으로 돌아오며 고흥반도 여행을 마무리지었다. 가보지 못한 세 면이 있다. 북쪽에 있는 동강면, 대서면, 남양면이다. 이들 때문에라도 고흥은 다시 찾을 참이다. 


4박 5일의 감동을 전자책으로 엮어냈다. '고흥반도 - 김세중 자전거여행기 10', 두바퀴출판사.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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