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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다듬기] 자기모순에 빠져서는 안 된다

by 김세중

자기모순에 빠져서는 안 된다


김정은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는 순간 자신이 끝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배수진을 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미국까지 날아올 ICBM만 막으면 된다. 내년에 미국은 중간 선거까지 있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 유권자들에게 북핵 관련 성과를 보여주려 한다면 북핵 동결, 제재 해제의 악몽이 펼쳐질 수 있다. 전쟁도 없어야 하지만 미·중·북 타협으로 북이 핵을 갖게 되는 것도 전쟁 못지않은 참사다. 그런데 한국의 운명이 걸린 이 결정적 순간에 한국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1214 ㅈ일보


'美 '조건 없는 對北 대화' 제의, 결정적 순간 다가왔다'라는 제목의 사설 마지막 단락이다. 사설은 논설문이다. 논설문은 주장을 펼치는 글이다. 이 사설이 펼치는 주장은 무엇인가? 주장이 있다면 그 주장에 동조할 수 있을까?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우선 이 사설이 내세우는 주장이 무엇인지 잘 알 수가 없다. 맨 마지막 문장이 '그런데 한국의 운명이 걸린 이 결정적 순간에 한국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이니 한국이 이 중요한 순간에 제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사설의 주장일까? 뚜렷하지가 않다.


사설의 주장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 것 외에 이 사설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제목이 '美 '조건 없는 對北 대화' 제의, 결정적 순간 다가왔다'인데 '결정적 순간'은 지나친 표현이라는 점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이 북핵 제거를 위해 북한을 공격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북한과 타협하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특정 시점에 공격하는 것이니 결정적 순간인 게 맞지만 북한과 타협하는 때가 결정적 순간이라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타협을 할 때에 역사적인 문서 조인이라도 하면 모르거니와 대개는 그렇지 않으므로 '타협'과 '결정적 순간'은 잘 안 맞는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적 순간'이라는 표현은 지나쳐 보인다.


다른 문제는 논리 자체에 관한 것이다. 위 글에서는 북핵 동결, 제재 해제가 악몽이라고 했다. 북이 핵을 갖게 되는 것도 전쟁 못지않은 참사라고 했다. 북핵은 해체되고 완전히 없어져야지 동결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남는 가능성은 인위적으로 핵을 제거하는 방법뿐이다. 이른바 군사 옵션을 실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 글에서는 '전쟁도 없어야 하지만'이라고 했다. 전쟁을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된다는 것이다. 자기모순에 빠졌다. 어떤 글이든 자기모순에 빠져서는 안 된다. 독자를 당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조사 사용


영장 기각에는 검찰의 부실한 수사 일차적 책임이 있다.

1214 ㅈ일보


비교적 짧은 문장에 조사 '에'가 연속으로 사용되었다.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피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영장 기각에는'을 '영장 기각은'으로 바꾸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검찰의 부실한 수사에'를 '검찰의 부실한 수사가'로 바꾸는 것이다. 어떻게 하든 ''가 연속으로 사용되는 것을 피한다. 그렇게 되면 '검찰의 부실한 수사 일차적 책임 있다'가 되어 주격조사 '이/가'가 되풀이되기는 하지만 '에'와 달리 '이/가'의 연속 사용은 흔히 있는 일이다.


영장 기각 검찰의 부실한 수사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영장 기각에는 검찰의 부실한 수사 일차적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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