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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다듬기] 짧지만 더 뜻이 분명한 표현

by 김세중

짧지만 더 뜻이 분명한 표현


청와대 측은 피해자 동의를 얻어 중국 정부에 수사 의뢰를 요청키로 했다 한다.

1215 ㅈ일보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중에 취재하던 한국 사진기자 2명이 중국 보안업체 요원들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보안요원들의 한국 사진기자 폭행이 한국의 코트라가 주관한 행사에서 벌어진 것은 중요하지 않다. 취재기자 비표를 달고 정당한 취재 활동을 하는 사진기자들을 중국 보안요원들이 폭행했다는 게 중요하다. 폭행사건인 만큼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는 의사 표명이 있어야 수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위 문장에서 '피해자 동의를 얻어'라는 표현이 들어갔을 것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에 수사 의뢰를 요청키로 했다'이다. '의뢰'라는 말이 쓰인 이상 누가 누구에게 의뢰하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중국 경찰(공안)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뜻으로 썼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국 경찰도 중국 정부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렇다면 자기가 자기에게 의뢰하는 셈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쓸 필요가 없다. 간단하게 '중국 정부에 수사 의뢰를 하기로 했다'고 하면 된다. 이때 '의뢰'가 약해 보일 수 있다. 중국 정부야 자국민인 중국 보안요원에 대해 감싸려 하면 했지 수사해서 처벌할 의지가 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뢰' 대신에 '요구'를 쓰면 된다. '중국 정부에 수사를 요구하기로 했다'가 원래의 '중국 정부에 수사 의뢰를 요청키로 했다'보다 짧으면서도 오히려 뜻은 더 분명하지 않은가. '중국 정부에 수사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기로 했다'라고 한다면 더욱 뜻이 분명할 것이다.


청와대 측은 피해자 동의를 얻어 중국 정부에 수사 의뢰를 하기로 했다 한다.


청와대 측은 피해자 동의를 얻어 중국 정부에 수사를 요구하기로 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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