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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다듬기] 어휘 선택은 정확해야

by 김세중

어휘 선택은 정확해야


얼마 전엔 방송 재허가 심사를 구실로 자신들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라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1229 ㅈ일보


'자신들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라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글쓴이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누구든지 이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엄격하게 살펴보면 문법에 맞지 않는다. '의도'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을 뜻하는 말로서 명령의 뜻을 지닌 '하라는'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도'를 '요구'로 바꾸어서 '하라는'과 일치시키든지, 아니면 '하라는'을 '하게 하려는'으로 바꾸어 '의도'와 일치시켜야 한다.


얼마 전엔 방송 재허가 심사를 구실로 자신들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라는 요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얼마 전엔 방송 재허가 심사를 구실로 자신들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게 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주어를 생략하면 뜻이 모호해진다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미국의 강력한 종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핵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선 한·미, 미·일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미국은 한·일 간 분란을 절대 바라지 않는다. 위안부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한·미 동맹 문제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1229 ㅈ일보


위에서 마지막 문장인 '위안부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한·미 동맹 문제로 이어진다는 뜻이다.'는 서술어가 '다룰', '이어진다는', '뜻이다' 등 셋이나 되지만 서술어와 호응하는 주어는 모두 다 생략되었다. '이어진다는'과 '뜻이다'는 주어가 생략되어 있어도 누구나 쉽게 생략된 주어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룰'은 다르다. 누가 다루는 것인지 모호하다. 미국이 다루는 것인지, 일본이 다루는 것인지, 한국이 다루는 것인지, 한일 양국이 같이 다루는 것인지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따라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의문을 낳지 않으려면 주어를 밝혀줘야 한다. '한국이'나 '한국정부가'가 보충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위안부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한·미 동맹 문제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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