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다듬기] 논리 비약 바람직하지 않다

by 김세중

논리 비약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은 직전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엔 단 한 명의 선수도 보내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입상할 수준이 못 되기 때문이다. 메달을 정치 선전에 이용하는 북 입장에서 평창은 체면을 구길 올림픽이다. 그런데도 북이 평창에 오겠다는 것은 그 의도가 너무도 분명하다. 김정은의 계산대로 청와대는 이날 "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를 밝히고 남북 당국 간 만남을 제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예견된 대로다.

102 ㅈ일보


편의상 문장에 번호를 붙여 보자.


(1) 북한은 직전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엔 단 한 명의 선수도 보내지 않았다.

(2) 올림픽에서 입상할 수준이 못 되기 때문이다.

(3) 메달을 정치 선전에 이용하는 북 입장에서 평창은 체면을 구길 올림픽이다.

(4) 그런데도 북이 평창에 오겠다는 것은 그 의도가 너무도 분명하다.


(1)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관한 언급이다. 그때 북한은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는 (1)의 이유이다. 그런데 (2)에서 '못 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1)이 4년 전인 2014년에 있었던 일이므로 의당 '못 되기 때문이' 또는 '기 때문이다'라야 했다. 올림픽에서 입상할 수준이 못 되는 것이 2014년만의 일이 아니고 늘 그랬다면 그 이전에 열렸던 많은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북한은 1964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딴 바 있고, 메달을 따지 못한 다른 몇 대회에 참가한 바 있다.) (2)에서 '올림픽에서 입상할 수준이 못 되기 때문이다'라고 한 것은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입상할 수준이 못 됨을 말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3)을 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실력이 미치지 못해서 평창에서 메달을 못 따겠지만 다른 목적이 있어서 평창에 오겠다는 것이라고 (4)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1)가 (2) 사이에논리적 비약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비약을 피하자면 다음과 같이 (2')와 같은 문장을 추가해야 할 것이다.


(1) 북한은 직전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엔 단 한 명의 선수도 보내지 않았다.

(2) 올림픽에서 입상할 수준이 못 되기 때문이.

(2')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3) 메달을 정치 선전에 이용하는 북 입장에서 평창은 체면을 구길 올림픽이다.

(4) 그런데도 북이 평창에 오겠다는 것은 그 의도가 너무도 분명하다.


과연 2014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북한이 동계올림픽에서 입상할 수준이 못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 여부는 별개 문제다. 논리적 비약이 있으면 독자는 의아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런 논리 비약을 피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 (1)을 아예 지우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과 같이 된다. 논리 비약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1) 북한은 동계올림픽에서 입상할 수준이 못 된다.

(2) 따라서 메달을 정치 선전에 이용하는 북 입장에서 평창은 체면을 구길 올림픽이다.

(3) 그런데도 북이 평창에 오겠다는 것은 그 의도가 너무도 분명하다.


매거진의 이전글[글다듬기] 뜻이 모호한 문장은 독자를 혼란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