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다듬기] 근거 없는 단정과 폄하 지양해야

by 김세중

근거 없는 단정과 폄하 지양해야


이번 공관장 인사를 보면 이미 10여년 전에 공직을 마친 구(舊)인물이 다수 포함돼 있다. 공직 임명이 아니라 오랜만에 정권 잡아 편하고 좋은 자리 나눠 먹는다는 느낌이다. 실제 이 대사들은 앞으로 2~3년 동안 별로 하는 일도 없이 좋은 대접 받으며 지낼 것이다. 물론 모두 국민 세금이다.

103 ㅈ일보


최근 있었던 공관장 인사에 대해 비판한 사설 한 대목이다. 비판은 당연히 할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합당한 논거 아래서 독자가 수긍할 수 있게 비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위 글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우선 '공직 임명이 아니라'는 표현이 과했다. 적절해 보이지 않은, 그래서 못마땅한 인사들이 임명된 것은 편하고 좋은 자리 나눠먹는 것이지 공직 임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공직 임명이 아니고 뭐라는 말인가. 폄하가 지나치다. '공직 임명이 아니라'는 없는 것이 낫고 없어도 문제가 없다. 이어지는 문장에서 '실제', '별로 하는 일도 없이'도 없는 게 낫다. 이번에 임명된 구(舊)인물 인사들이 앞으로 2~3년 동안 실제 로 하는 일도 없이 좋은 대접 받으며 지낼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라고 함으로써 마치 예언자처럼 말했지만 그렇게 말하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냥 믿으라는 것이다. '별로 하는 도 없이'도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아마 논설위원이 생각하는 ''이 따로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걸 밝혀 줬어야 했다. 그렇지 못할 바에는 '별로 하는 일도 없이'는 없는 게 낫다. 만일 '별로 하는 일 없이도'라고 한다면 그나마 나아진다. 단정의 뜻이 한결 누그러지기 때문이다. 논설문은 독자로 하여금 글쓴이의 주장을 수긍하게 하기 위해 쓴다. 근거 없는 단정과 폄하는 독자의 수긍을 얻기 어렵다.


오랜만에 정권 잡아 편하고 좋은 자리 나눠 먹는다는 느낌이다. 이 대사들은 앞으로 2~3년 동안 별로 하는 일 없이도 좋은 대접 받으며 지낼 것이다.



오해 불러일으키지 않게 써야


소방관들이 20만 명의 관광객 안전을 우려해 경포해수욕장으로 현장 점검을 나간 사이 차량 10여 대가 안전센터를 점령했다. 당시 센터에는 출동했던 펌프차 1대와 구급차 1대 외에 펌프차 1대가 대기 중이었다.

103 ㅈ일보


제천에서 일어난 화재 참사는 불법 주차 차량들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늦어졌고 그래서 피해가 커졌다. 그런데 그 사건이 일어난 지 며칠도 안 돼 강릉 경포대에서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겠다고 119안전센터 앞을 승용차들이 가로막았다. 위 글은 그에 관한 논설 일부다. 그런데 '당시 센터에는 출동했던 펌프차 1대와 구급차 1대 외에 펌프차 1대가 대기 중이었다'는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당시 센터에 펌프차 1대만 대기 중이었다는 뜻인지 모두 3대의 차가 대기 중이었다는 뜻인지 언뜻 분간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펌프차 1대만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출동했'이란 말이 그 전에 출동했지만 그 후에 돌아왔다고 여겨질만하게 하는 데다가 '외에'라는 말도 그런 오해가 생기는 것을 돕는다. 그러므로 펌프차 1대만 대기 중이었다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펌프차 1대와 구급차 1대는 출동하고'라고 하는 편이 나았다.


당시 센터에는 펌프차 1대와 구급차 1대는 출동하고 펌프차 1대가 대기 중이었다.



싹은 '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대화’의 작은 싹을 피워나가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이다.

103 ㅎ신문


싹은 틔우지 피우지 않는다. 꽃이나 꽃봉우리가 핀다. 따라서 '싹을 피워나가는'은 '싹을 틔워나가는'이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대화’의 작은 싹을 틔워나가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글다듬기] 논리 비약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