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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다듬기] 모호한 표현은 독자를 혼란케 한다

by 김세중

모호한 표현은 독자를 혼란케 한다


폼페이오 미 CIA 국장은 8일 "과거 역사는 이것(북의 대화)이 속임수(feint)라는 걸 보여준다. (대화는) 김정은의 (핵) 전략적 전망에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9일 뉴욕타임스의 칼럼 제목은 '북한이 남한을 또 갖고 놀고 있다'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평창올림픽이 지나면 심판의 시간(a time of reckoning)이 올 것"이라고 했다. 북이 평창올림픽을 이용해 어떤 쇼를 해도 결국 북핵 문제는 '진실의 순간'을 맞을 수밖에 없으며 그 시기는 늦어도 올해 중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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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류의 글도 물론 마찬가지지만 논설문은 특히 뜻이 분명해야 한다. 무엇을 주장하는지 또렷하게 드러나야 한다. 모호함과 막연함은 금물이다. 위 글에서 북핵 문제는 진실의 순간을 맞을 수밖에 없고 그 시기는 늦어도 올해 중반일 것이라고 했다. 북핵 문제가 진실의 순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진실의 순간이 어떤 순간을 말하는지 설명이 없다. 북핵이 완성되었음이 확인되고 공인되는 순간을 말하는지, 북핵에 대해 미국이 군사적 해법을 실행하는 순간을 말하는지 아니면 그도 저도 아닌 제3의 일이 벌어지는 때를 가리키는지 밝히지 않은 채 그냥 '진실의 순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독자는 그것이 어떤 순간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그 시기가 늦어도 올해 중반일 것이라고 예언(?)까지 했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순간에 대해 그게 늦어도 올해 중반일 것이라고 예상했으니 독자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왜 늦어도 올해 중반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모호함으로 가득한 이런 문장은 독자를 이해시키고 독자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어떤 특정한 순간이 있다기보다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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