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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다듬기] 지시어 사용 바로 해야

by 김세중

지시어 사용 바로 해야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으면 마땅히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 최저임금 위반 사업자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는 이유다. 그러나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선 곤란하다. 지난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13.6%에 달하는 266만 명이었다. 올해 최저임금 급상승으로 그 대상이 4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는 분명 악덕 사업자도 있겠지만 영세 사업주도 적지 않을 것이다.

117 ㅈ일보


위 글 가운데 마지막 문장인 '이 중에는 분명 악덕 사업자도 있겠지만 영세 사업주도 적지 않을 것이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부적절해 보인다. 우선 '이 중에는'이라는 말이 문제다. 지시어 ''는 바로 앞에 나오는 말을 가리키기 마련이다. 그러나 위 예에서 ''는 바로 앞에 나오는 '근로자'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더 앞에 나오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자'를 가리킨다. 독자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이 중에서는'이라고 할 게 아니라 '법 위반자 중에는'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악덕 사업자'와 '영세 사업주'를 대비했는데 대비가 선명하지 않다. '악덕'과 '영세'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영세 사업주라고 해서 악덕하지 않다는 법이 없다. 따라서 최소한 '선량한 영세 사업주'처럼 '악덕'에 대비되는 '선량한' 같은 말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요컨대 위 글의 마지막 문장은 문맥에서 꼭 필요하지 않다. 없어도 되는 문장이다. 굳이 쓴다면 아래처럼 표현해야 뜻이 명료해진다.


법 위반자 중에는 분명 악덕 사업자도 있겠지만 선량한 영세 사업주도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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