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ㅈ일보
글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쓰는 것은 중요하고 바람직하다. 특히 신문에서는 한 글자라도 줄여 쓰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간결하게 쓰고 한 글자라도 줄이고자 하는 것도 문장의 문법성, 완결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라야 한다. 특히 논설문은 오로지 문장만으로 뜻을 나타내기 때문에 문장 자체가 반듯해야 한다. 일상 회화에서야 말이 비록 불완전해도 표정이나 몸짓 따위가 뜻을 전달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지만 오로지 문장밖에 없는 논설문에서는 문장이 바르고 잘 갖추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위 예에서 '내용만이 아니라 쓰는 용어도 법관들이라고 믿기 힘들다.'는 생략이 과도했다고 여겨진다. 이 문장은 '내용만이 아니라 쓰는 용어도 그 용어들을 쓴 이가 법관들이라고 믿기 힘들다.'에서 '그 용어들을 쓴 이가'를 생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를 생략할 수 있는가? 이런 의문을 피하려면 '내용만이 아니라 쓰는 용어도 법관들이 썼다고 믿기 힘들다.'라고 하거나 '내용만이 아니라 쓰는 용어도 법관들이 쓴 거라고 믿기 힘들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원래의 문장과 비교하면 불과 한두 글자 더 늘어났을 뿐이다. 한두 글자를 줄이기 위해서 위험한 생략을 무릅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