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 에어캐나다 사장, 마이클 루소가 결국은 일을 냈다.
사건은 3월 22일 일요일밤,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도착한 몬트리올발 에어캐나다 8646편이 착륙하면서 활주로를 가로지르는 소방트럭과 충돌, 기장과 부기장이 모두 현장에서 순직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큰 사고는 대체로 몇 가지의 불운이 겹치면서 일어난다. 비가 내리는 밤, 관제사는 인원부족으로 인한 피로가 쌓인 상태였고, 마침 다른 항공기(유나이티드 에어)의 문제해결을 위해 허락을 받고 활주로에 들어선 소방트럭에는 위치발신장치가 탑재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형사다리를 갖춘 수십 톤의 소방트럭을 시속 150에서 200킬로의 속도로 달려오는 비행기가 그대로 받아버려 조종석은 형체도 없이 날아갔다.
사건 이후 마이클 루소는 숨진 두 사람을 추모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3분 40초의 긴 영어 연설을 마치면서 그가 말했다. "Thank you, Merci"
이게 왜 문제가 되었을까?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토론토 출발하는 비행기에서 사고가 나 영어가 모국어인 직원이 참변을 당했는데 항공사 대표라는 사람이 프랑스어로만 유가족을 위로하는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반응이 있었을까 생각하면 간단하게 답이 나오지 않겠나. 좋은 비유가 아닌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캐나다에서 프랑스어는 상대적으로 소수라서 지키려는 의지가 강하니까 더 예민한 반응이 나왔을 수도 있다. 하여간 캐나다를 대표하는 에어캐나다 수장으로서의 공식 성명으로는 부적절했다.
성의도 없고 무식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일에서 배운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마이클 루소 에어캐나다 CEO는 2021년에도 몬트리올 상공회의소에서 영어로만 발언을 하면서 '불어 못해도 사는데 별 지장 없다'는 발언을 해서 공분을 산 적이 있었다. 그 후 불어를 공부하겠다며 사과를 하고 넘어갔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불어가 공용어인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20년 정도 산 사람이고 심지어 그의 성이 루소(Rousseau)라는 전형적인 프랑스인 이름이라는 것이다. 온타리오에서 나고 자랐다고는 하지만 프랑스계이고 어머니가 프랑스어를 한다. 몬트리올에 본사가 있는 에어캐나다에 입사한 것은 2007년, 프랑스어를 공부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말단사원까지 이중언어를 해야 하는 회사, 에어캐나다
에어캐나다는 캐나다 언어법에 따라 영어와 불어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승무원이나 지상직, 고객서비스는 당연히 이중언어가 필수고 청소 등 손님을 직접 상대할 일이 없는 직종에도 이중언어가능자를 우선으로 채용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사건을 두고 캐나다 전체가 시끄러운 가운데 영어사용자에게 우호적인 매체들마저 나서서 그를 비난했다는 점이다. 몬트리올의 영어신문 Montreal Gazette 조차 그에게 등을 돌렸다.
또 하나는 퀘벡의 정체성과 권한을 위해 싸우는 여러 인사들의 반응인데, 퀘벡의 프랑스어부 장관 장프랑수아 로베르주는 아주 유창한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I am francophone of course, and prime minister of French language. I was born and raised in francophone family, but I do my best to speak in English to show some respect to our anglophone community"
"나는 물론 불어사용자고 프랑스어부 장관입니다. 불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나고 자랐지만 영어사용자들을 존중을 표하기 위해 영어로 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퀘벡주 의회는 기권 1표를 제외한 만장일치로 마이클 루소의 퇴임을 요구했다. 물론 이것은 법적인 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압력인 건 분명해서 에어캐나다는 루소의 퇴임이 올해 9월 말로 예정되었다고 발표했다. 그의 나이 68세라는 걸 생각하면 은퇴할 나이가 이미 지났으니까 퇴임 자체로는 큰 타격이 없겠지만 불명예 퇴진이라는 기록을 남겠다. 게다가 앞으로 에어캐나다는 물론 캐나다의 대기업의 대표는 불어를 하지 못하면 취임하기 어려워질 선례까지.
다른 사람에 부탁해 쓴 문장 몇 개만이라도 불어로 읽어서 추모의 뜻을 전할 수는 없었을까?
오만과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마이클 루소는 불어사용자와 영어사용자, 퀘벡의 야당과 여당, 퀘벡의 독립을 추구하는 세력과 그 반대의 사람들 모두의 공공의 적이라는 전무후무한 케이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