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마음

여러분들은 새해에 어떤 바람이나 다짐을 하시나요?

by 모스




또 하나의 해가 밝았다. 새해가 시작되는 12시 즈음이면 나는 늘 고등학교 시절 한 선생님의 말을 떠올린다. 새해 첫 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그 해를 결정한다는 말이었다. 본래 미신 같은 이야기를 잘 믿지 않는 편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만큼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해가 바뀌는 순간만큼은 괜히 가만히 있지 못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일기를 쓰곤 했다. 새해 다짐과 바람을 적는 일은 어느새 나만의 작은 의식이 되었다.


어릴 때 적던 것들은 지금 돌이켜보면 참 단순했다. 원하는 대학에 가게 해달라고, 시험이 잘 풀리게 해달라고. 그땐 그게 가장 솔직한 마음이었고, 가장 절실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바람들에 조금씩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노력의 과정은 외면한 채 결과만을 바라는 마음이 어쩐지 도둑질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해야 할 몫은 하지 않은 채, 운에게 모든 걸 맡기고 싶은 비겁함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이후로 새해에 적는 문장들은 점점 현실적인 모양을 띠었다. 노력한 만큼의 성취를 얻을 수 있기를,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이 오기를, 혹여 흔들리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정도의 하루이기를. 바람이라기보다는 다짐에 가까웠고, 소원이라기보다는 스스로와의 약속 같았다. 삶이 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이후의 태도였다.


그렇게 많은 해가 지났고, 나는 여전히 비슷한 문장들을 적고 있다. 다만 요즘 들어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그 문장들 사이에 굳이 현실을 계산하지 않은 마음이 슬그머니 섞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전의 나는 바람조차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믿었다. 기대하지 않는 것이 상처받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시니컬한 문장들로 마음을 정리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가끔 그런 계산을 내려놓고 싶어진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까지도, 이유 없이, 조건 없이, 그냥... 그냥 다들 잘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여전히 나는 완전히 그 현실적인 태도를 떨치지 못한다. 그래서 그것을 ‘바람’이라 부르기보다 ‘마음’이라고 적어두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속이기 위한 작은 치팅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의 첫 순간만큼은 그런 마음을 적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계산하지 않은 바람이든, 솔직한 마음이든, 어쨌든 지금의 나에게서 나온 문장이니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같은 마음을 건네고 싶다.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좋고, 눈에 띄는 성취가 없어도 괜찮으니, 그저 잘 지냈으면 좋겠다. 큰 불행 없이, 감당 못 할 슬픔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무사히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