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산 것들..

by 모스




나이를 조금씩 먹으며 다시금 깨닫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면 늘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분명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나는 어제와는 다른 하루를 살고 있는데도 마음은 언제나 조금씩 불안하고 불안정하다. 언제나 더 올라가야 할 길이 있는 것 같고, 나는 늘 조금씩 부족하다. 삶의 갈림길 위에 선 채로, 나는 다시 그 감각을 느낀다.


얼마 전 이런 문장을 보았다. 지금의 지치고 힘든 일상도 언젠가의 내가 바라던 꿈이었다는 말. 그 문장을 읽고 한동안 가만히 멈춰 서게 됐다. 돌아보면 나 역시 그렇다. 지금의 이 삶은 한때 내가 간절히 바랐던 모습의 일부였다.


일상을 기록하고, 생각을 글로 남기고, 나의 철학과 삶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삶.


내가 쌓아온 전문과 지식, 내가 선택한 일에 대해 스스로에게, 그리고 삶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삶.


몸이 지쳐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철저히 나의 취향으로 채워진 나의 보금자리가 있는 삶.


시련 속에서도 혹은 그렇지 않은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도 내가 사랑하고, 또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누군가가 곁에 있는 삶.


미처 글로 다 적지 못한 수많은 장면들까지, 이 모든 것들은 분명 언젠가의 내가 그려왔던 삶의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눈앞의 과제와 힘듦에 가려, 이미 가진 축복을 잊고 산다. 더 나아가야 한다는 조급함에,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에, 이미 도착한 자리의 의미를 흘려보낸다. 어쩌면 행복이란 더 많은 것을 성취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놓인 것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사 생각해 보니 우리의 일상에 행복을 담기 위해서는 무언가 성취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아니라, 이미 내 품에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연습이 필요했던 것 같다. 눈앞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다시 불러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오늘의 나는, 언젠가의 내가 꿈꾸던 삶의 일부를 살고 있다. 다만 우리는 그 사실을 종종 잊고 지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