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사 세상의 불확실성을 인정한다.

끝을 안다고 해서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by 모스




어릴 땐 어떤 상황이나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이 어지러웠고, 그 혼란 속에서 오래 헤맸다. 답만 알면 이 고민도 끝날 거라 믿었다.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이니 어느 순간부터는 고민의 결론이 어디쯤으로 향할지 대강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모르면 공부하면 되고, 부족하면 채우면 되고, 남과 비교될 땐 다시 나에게 집중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다. 답을 알면 흔들릴 일이 줄어들 거라 믿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답을 알아도 흔들림은 사라지지 않았다. 해야 할 방향은 보이는데 마음과 생각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많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들고, 누군가 잘 되는 모습을 보면 부러웠다. 남과 비교하게 될 땐 이유 없이 초라해졌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괴로움은 흔들려서 생기는 게 아니라,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박에 가까운 믿음에서 시작된다는 걸. 이제와 돌아보니 중심을 잃으면 안 된다는 마음, 계획에서 벗어나면 실패한 것 같다는 생각, 내 뜻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고집 같은 것들이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언제나 세상은 내 기준대로 움직인 적이 없었다. 변수가 생기고, 계획이 틀어지고,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당연한데도 나는 혼자 그 흐름을 통제하려 했다. 흔들림이 문제가 아니라, 흔들림조차 인정하지 못하고 버티려는 태도가 나를 지치게 했던 것 같다.


어릴 땐 답을 알면 끝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아보니 잘 알겠다. 답을 아는 것과 그 답대로 살아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머리로는 이해했어도 감정은 제멋대로 움직이고, 상황은 언제든 예외를 만든다. 그래서 시행착오는 계속되고, 때로는 알고도 흔들린다. 그건 부족해서가 아니라, 원래 그런 방식으로 세상이 흘러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제는 흔들리는 걸 받아들이려 한다. 이제사 세상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게 됐다. 흔들린다는 건 여전히 길 위에 있다는 뜻이고, 아직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는 신호다. 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삶이 아니라, 흔들린 후에도 다시 걸어갈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완벽한 확신보다 다시 일어설 여지를 믿고 싶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사는 것보다, 흔들려도 계속 나로 남아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