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밤을 대신 걷지 못하는 마음으로
나는 가끔 생각한다.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내가 감히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혹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슬픔의 크기와 밤의 길이는 각자의 것이고, 그 누구도 대신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누군가의 어둠 앞에서 나는 어떠한 말도 쉽게 붙이지 못한다.
우리는 때때로 너무 서둘러 말을 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결국은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런 말들이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버티는 힘조차 없고, 버티라는 말에 오히려 무너질 때도 있다. 세상은 종종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어렵다는 사실을 모른 채, 아픈 사람에게 아프지 않은 척을 요구하곤 한다.
나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때의 나는 누군가의 조언보다 내 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주는 사람이 더 필요했다. 해결책보다, 그저 옆에 있다는 기척.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보다, 지금 괜찮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이 더 간절했다. 그래서 나는 함부로 위로하지 못한다. 나는 위로할 자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며, 누군가의 아픔을 가볍게 어루만질 만큼 단단한 존재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누군가를 구원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그럴 능력이 없다는 걸 잘 안다. 다만 언젠가 다시 칠흑 같은 밤을 마주할 나 자신에게, 그리고 지금 그 밤을 혼자 걸어가는 당신에게 남겨두는 마음의 메모일 뿐이다. 당신의 밤을 대신 걸을 수 없기에, 그저 한 줄 남겨두고 싶었다. 그것은 위로라기보다, 그 밤을 지나온 사람이 남기는 작은 각주에 더 가깝다.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빛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절망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라는 걸. 어떤 밤은 그저 버티는 것으로도 충분히 살아낸 하루가 되고, 어떤 사람은 걷지 못하는 대신 숨을 쉬는 것으로 하루를 지탱한다. 멈춘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다. 제자리라는 말이 때로는 생존이라는 말과 동의어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떤 약속도 하지 못한다. 당신이 반드시 괜찮아질 거라고, 이 밤이 곧 끝날 거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이렇게는 말하고 싶다. 흔들리며 버티는 이 순간도 당신의 일부이며,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지금의 당신이 그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버겁게 이 밤을 살아내고 있다고.
이 글은 위로가 아니다. 그저 바람이다.
당신의 밤이 무사하기를.
당신이 무너져도 사라지지 않기를.
빛이 닿지 않더라도 당신 안의 작은 숨결만은 꺼지지 않기를.
나는 다만 그것을 바란다. 지금의 내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이 순간, 당신의 밤을 대신 걷지 못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