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틀리는 것보다 두려운 것이 있나요?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각자의 색과 결을 갖게 된다고들 말한다. 예전의 나는 그 말이 부러웠다. 나만의 색깔을 빨리 가지고 싶었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색과 결이 짙어진다는 건, 동시에 사고와 행동이 고정된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까.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는 선고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이세돌 9단의 말을 들었다. “우리는 종종 틀린 수를 두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그보다 두려운 건 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틀릴까 봐 움츠렸던 나의 어린 시절, 재수 시절, 그리고 그 시절의 나를 여전히 마음 아파하는 지금의 내가 겹쳐 보였기 때문일게다. 그때의 나는 당장의 무언가에 대해 틀리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 심했다. 그 틀에 갇힌 채 작은 선택 하나에도 숨이 막혔고, 종국에는 내가 가진 능력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돌아보면, 그 시절 내가 가장 잃어버렸던 건 ‘여백’이었다. 실수의 여백, 흔들림의 여백,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백. 마음에 그런 공간이 없으니 실패 하나에도 오래 갇혀 있었고, 스스로를 너무 쉽게 가둬버렸다.
그래서 나는 요즘 삶의 갈림길에서 자주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정말 내가 옳은가. 혹시 내가 틀릴 수도 있지 않을까. 내 선택의 폭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은 나를 너무 내 틀 안에 갇히지 않게 도와준다. 나만의 색과 결을 가지되, 그 틀이 나를 잠그지 않도록 경계하는 일. 그 경계가 나를 조금은 더 부드럽게 하고, 더 유연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무언가로 마음을 채우고 싶어 한다. 성공으로, 성취로, 안정감으로, 사랑으로. 하지만 변화가 일어나려면 반드시 비워둬야 하는 자리들이 있다. 확신을 비워야 의심할 수 있고, 완벽을 비워야 시도할 수 있으며, 지나간 나를 비워야 새로운 내가 들어설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음 한켠을 일부러 비워둔다. 비어 있기에 채울 수 있고, 채우지 않기에 다시 흔들릴 수 있는 여백. 그 여백이 나를 다시 새로운 곳으로 이끈다.
결국 내 마음은 가득 차 있으면서도 비어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채우고 싶은 욕망과 비워야만 변화할 수 있다는 진실 사이에서 만들어진 모순 같은 형태.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그 모순 덕분에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그렇기에 계속 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