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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그때, 나의 꿈

만약 돈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by 테일러

베스트셀러 『당신은 정말 잘 지내고 있나요? - How Are You, Really?』 에서 제나 커처가 내게 물었다.


“만약 돈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순간 나는 놀랐다.

막연히 생각만 하던 것들이 단어가 되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상하게도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다.


그건 너무 다양한 감정의 조각들이었고,

모두 다 지금의 나와 어딘가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여행 가이드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낯선 도시에 익숙한 사람처럼 걸어다니며,

누군가에게 그 도시의 풍경과 공기를 소개해주는 일.

아마 나는 장소보다는 감정을 안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또 어떤 날은, 헬스 트레이너가 되고 싶다고 상상했다.

몸을 돌본다는 건 결국,

마음을 돌보는 일이니까.

누군가의 루틴을 같이 만들어주고,

매일 조금씩 좋아지는 걸 함께 기뻐해주는 일.


영양사가 되어,

건강한 식단을 짜주며

몸과 삶을 더 가볍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는 것도.

무언가를 '잘 먹는다'는 건 사실,

잘 산다는 말과도 비슷하니까.



가끔은,

햇살 좋은 날

작은 카페에서 와플을 굽고 싶은 상상도 했다.

달콤한 냄새 속에서,

하루를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에게

달달한 휘핑크림이 올라간 따뜻한 와플을 건네는 일.

아무 말 없이도

마음이 채워지는 순간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작가이고 싶다.

지금 이렇게,

내 감정을 하나씩 쓰는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는 이 시간만큼은

세상과 내가 단단히 연결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언젠가 가정을 꾸리고 싶다.

예쁜 딸아이와 함께,

아니 아들이어도 좋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거실에서

나무로 만든 기다란 책상을 놓고

책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을 골라 들고 앉아

같이 책을 소리 내어 읽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기록하고,

그리고 내가 드는 감정을 적어내리고 싶다.


아이와 함께 화분에 물도 주고,

도도한 고양이도 한마리 곁에 두고

그 속에서 서로 껴안기도하며,

때로는 영어로 짧게 대화하고,


날이 좋은날엔

바깥으로 나가 박물관에 함께 가고,

공룡들을 살펴보는 삶.

동물원에 찾아가 온갖 동물들과

눈마주치며 교감하는 삶.


비가 오는날엔

영화관으로 살며시 찾아가

만화영화를 예매하고

팝콘을 나눠 먹으며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는 삶.


그 아이의 하루에 내가 있고,

나의 하루에도 그 아이가 있는 삶.

그게 내가 오랫동안 꿈꾸고 있는 가장 따뜻한 미래다.


어쩌면 나는,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그리며 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자유로울 때 상상하는 모든 일들은

결국 사람을 향하고 있고,

따뜻함을 나누는 일이고,

그 자체로 곁을 내어주는 일이고,

마음을 돌보는 일이며,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걸 하나하나 실현해가고 있는

지금의 나도,

충분히 멋지다고,

오늘은 그렇게 믿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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