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좋아하는 회사 대리님, 그리고 우리 팀 과장님과 셋이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평소보다 살짝 들뜬 마음으로 식당에 도착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내가 말했다.
“저 감기 걸렸어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리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헉... 감기요?”
당황한 듯 질색을 하시더니, 이내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그럼 마스크를 끼셨어야죠.”
순간 마음이 조금 상했다.
“저는 코로나 이후로는 안 껴요. 불편해서요.”
나도 모르게 약간 방어적인 말투로 되받아쳤다.
하지만 대리님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한번 “그래도 끼셨어야죠”라고 말씀하셨다.
그날 집에 돌아가는 길, 마음이 조금 이상했다.
분명 내가 먼저 아프다고 말했는데, 걱정보다는 훈수처럼 들리는 반응이 아쉬웠다.
‘아, 그냥 그때 "마스크 챙겼어야 했는데,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라고 말할걸.’
그러면서도 한켠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마스크를 끼면 목이 덜 건조해서 금방 나을 수 있어요’ 같은 말로
그 상황을 조금 더 부드럽게 설명해줬다면,
마음에 상처 없이 잘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조용히 마스크를 챙겨 출근했다.
그런데, 갑자기 대리님에게서 메신저가 왔다.
“주임님, 미안해요.”
“어제 제가 너무 훈수두듯 말한 것 같아서요.”
그 짧은 문장 하나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도 웃으며 답했다.
“아니에요, 대리님. 저 오늘은 마스크 꼈어요 :)”
그 순간, 뭔가 울컥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반응했고, 또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성하고 사과했다.
그건 아주 작고 조용한 대화였지만, 내겐 오래 남을 따뜻한 장면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배웠다.
우리가 같은 장면을 바라보더라도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다름을 연결해주는 건 ‘배려’라는 것.
단 한 마디의 사과.
그리고 그에 대한 응답.
그 안에 담긴 진심은,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