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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마음」

by 테일러


“나는... 받은 만큼 꼭 돌려줘야 한다는 문화가 좀 불편해.”


교촌치킨 먹던 중이었다.

하루 종일 데이트하고 돌아온 밤.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분위기 속에서,

불쑥 그렇게 말했다.


남자친구가 물었다.


“왜?”


“예를 들어, 생일선물 받으면

꼭 비슷한 가격대의 선물로 갚아야 할 것 같고.

축의금도 그렇고.

그게 정이 아니라 계산처럼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근데... 고마움은 돌려주는 게 맞지 않나?”


“맞지. 맞는 말인데,

그게 꼭 똑같이 되갚아야만 성립되는 관계 같을 땐…

조금 버거워.”


조금 뜸을 들이다가 덧붙였다.


“나는 그냥, 되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마음을 주고 싶은 편이야.”


남자친구는 잠깐 멈췄다가 말했다.

그러고는 자기가 경험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뭔가 도와주거나 알려주면

나중에 연락 와서 보험 팔거나 그런 경우가 많았어.

그런 게 몇 번 반복되니까, 솔직히 좀 조심스럽더라고.”


그 말이 좀 씁쓸하게 들렸다.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고,

동시에 나는 좀 다르게 살아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선배들한테 많이 받았거든.”


갭투자 개념을 알려준 선배,

경력증명서 예쁘게 정리해준 선배,

워크숍에서 진로 강연해준 선배들.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 정말 많이 도움받았어.

그래서 나도 똑같은 방식은 아니더라도,

내가 가진 걸 다음 사람에게 흘려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


그 말을 들은 남자친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게 다르구나.”


그는 잠시간 뜸을 들이며 말을 이었다.


“넌 양지에 있었구나.

나는 음지에서 살아서 이런 방식이 낯설었나봐.”


그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무언가 이해되는 순간의 얼굴.

그런 얼굴이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내 꿈 이야기를 꺼냈다.


“나중에... 한 5년쯤 뒤에, 장학재단 워크숍에서 강연하고 싶어.”


“무슨 이야기 할 건데?”


“취업 얘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더 넓은 이야기.

돈 이야기, 인생 이야기,

그리고 일과 가정의 양립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그 자리에서

그동안 써온 브런치 글들을 전자책으로 만들어 나눠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종이책은 비싸니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한 권에 5천 원쯤이면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이렇게 쓰고 싶다.



되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마음으로,

나는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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