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움직인 순간
그냥 예쁜 걸 보는 게 싫다.
사진을 남기기 위해 가는 장소도,
예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들이대는 감탄도
언젠가부터 피로했다.
나는,
내가 그 안에 스며들 수 있는 시간이 좋아.
내가 느끼고, 내가 감동하고,
내가 기억하는 방식으로 남을 수 있는 ‘진짜 경험’이.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누던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실제 운항하는 선박을 타보는 경험이 너무 좋았어요.
누가 그런 걸 해보겠어요.
보고서로 읽는 것과, 직접 타보는 건 다르더라구요.”
그 말이 너무 선명했다.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엔 감동이 담겨 있었다.
‘이 사람도,
삶의 밀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구나.’
누구나 특별한 순간을 찍고 싶어 하지만,
진짜 특별한 사람은,
그 순간을 “느끼고 말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그날 이후, 나는 자주 떠올렸다.
그가 말한 진해의 항구,
그가 올라탔다던 선박,
그 바다 위에서 잠깐 그가 바라봤을 세상.
진해는 군인의 도시다.
해군이 머물렀고, 군을 따라 움직이던 사람들과
그들을 위해 일하던 상인들이 정착해 만든 도시.
그 사람은 말했다.
“계룡이나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도,
결국 진해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대요.”
그 말에 나도,
이상하게 마음이 멈췄다.
왜일까?
어떤 도시가 그렇게 사람을 품고,
다시 돌아오게 만들까?
그 사람의 눈빛에
'그 마음을 알고 싶다'는 따뜻한 호기심이 담겨 있었고,
나는 그 눈빛이 참 좋았다.
상상하게 됐고,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나도 알고 싶어졌다.
“가마쿠라 픙의 목조 건축물 무사의 정서가 깃든 건물들이 살아 있어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그가 말하는 풍경은,
시간이 머물러 있는 장소 같았고,
그 안을 천천히 걸었던 그의 눈빛이,
그 도시의 온도를 대신 전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을 나눠주고 싶었던 누군가로,
그 ‘나’라는 사람을
그가 골라준 게 아닐까 싶은 마음까지도.
경험의 밀도가 닮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