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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희원 May 05. 2023

묵혀둔 꿈들

도피이자 돌파구




  20대 후반의 나이이지만 그 흔한 취준 한 번 해본 적 없다. 대학교를 휴학할 때 이미 직장인은 내 길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학문엔 관심이 없었고, 직장 외의 삶을 찾는 게 내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대학교를 때려치운 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콤플렉스이기도 하다. 약점으로부터 도망친 거니까. 여전히 직장과 조직이라는 개념을 생각하면 숨고 싶은 기분이 든다.



 도피이자 돌파구. 나의 길을 조금씩 자리 잡아가면서 고등학교 졸업 이후 소식이 끊겼던 친구들에게서 인스타 DM이 왔다. 나더러 대단하다고 했다. 친구들 본인도 하고 싶은 게 따로 있는데 희원이는 하고 싶은 길을 선택한 게 멋있다고 했다.



..내가 대단하다고? 나는 내가 할 수 없는걸 피해서 여기로 왔을 뿐인데...  내 눈엔 너희가 대단해. 대학 4년을 완료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그 어려운! 직장 생활도 할 거잖아. 게다가 너네가 갈 곳이 웬만한 직장이냐. 내가 할 수 없는 것들. 난 그걸 할 자신이 없어. 친구들이 보내주는 응원 앞에서 이런 말은 속으로 삼켰다.





 여전히 지인들에게서 비슷한 연락이 온다. 바뀐 게 있다면 이젠 선택에 대한 응원보단 꾸준함에 대한 응원이 주된 내용이다. 그런 연락을 받을 때마다 익숙하단 듯-마치 칭찬에 익숙한 미인처럼- 응원을 받아들이고 싶다.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물론 티는 내지 않고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그냥 각자 할 수 있는 걸 선택한 것 아닌가... 내가 멋지다면 너도 멋지지.




 지인들이 묵혀둔 꿈을 종종 들어가 본다. 친구가 부캐 삼은 계정은 까마득한 201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있다. 바쁜가 보다. 연락은 하지 않지만 누가 뭘 좋아하고 무슨 일을 하고 싶어 했는지를 기억한다. 무슨 대학 무슨 과를 전공하는지는 까먹는데 이상하게 그런 것들은 기억난다.



 좋아하는 걸 얘기하며 반짝이던 눈빛들. 그때의 꿈과 지금의 꿈이 바뀌었을까? 아니면 마음에 마음에 품고 있을까. 미뤄둔 걸까, 계획하고 있는 걸까. 직업으로 하고 싶을까, 취미로 하고 싶을까.



 얘기해 주면 좋겠다. 그냥 기억만 하지 말고 다같이 꺼내어 주면 좋겠다. 뭉게뭉게 모여서 어 너도? 야나두! 하면서 좋아하는 마음에 공감하고, 알고 보니 다수였다는 점에 안도하고. 좋아하는 길을 선택하는 게 별나지 않은 세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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