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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희원 May 04. 2023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

핸드메이드 창업의 기원


희원아 아빠가 책 사 왔다-


 많아봐야 초등학생이던 어느 날 아빠가 퇴근하며 손에 들고 오신 것은 크레파스도 아닌 두 권의 책이었다.


 책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표지에 있던 민트색과 웬 아저씨 캐릭터의 그림이 기억난다. 분리수거되어야 할 재활용품으로 무언가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된 1, 2편의 아동용 미술책이었다.


 아빠가 퇴근하신 저녁, 책 속  그림을 가리키면 그날은 그걸 만들었다. 사과박스에 구멍을 내고, 팔을 달고 눈을 붙여 신문지 재활용 박스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 보니 그저 재활용품에서 조금 더 귀여운 재활용품이 되었을 뿐인데. 뭐라도 대단한 요술을 부린 것처럼 뿌듯하고 신이 났던 기억.


 그 기억 하나로 여전히 손으로 만들어내는 걸 좋아한다. 좋아할 뿐이랴, 만든 걸 팔아서 먹고사는 직업이 되었는 걸.


 아빠는 무슨 마음과 무슨 생각으로 재활용품 만들기 책을 고르셨을까. 짐작할 수 없지만 맞벌이 부부의 어린 딸에게 즐거운 저녁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으셨다면 그건 성공하신 셈이다.




 아니, 지나친 성공이라고 해야 할까? 만들기 좋아하던 아이의 마음이 이렇게 오랜 취미이자 직업이 될 줄은 모르셨을 테니. 대학교를 때려치고 나만의 길을 찾았던, 소심했던 반항에 어느 정도는 아빠의 책임도 있다는 말이지.


 다행인 점은 딸내미가 제대로 먹고살려나- 하는 부모님의 걱정이 무색하게 내가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제대로'에 대한 답은 모르겠으나 '행복하게'는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정도의 일.





 만들기를 일로 삼고보니 나처럼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과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이 보인다. 성격은 제각기였다. 따뜻한 사람, 유쾌한 사람, 내향적인 사람, 시니컬한 사람.. 이렇게나 다른 사람들이 손으로 만들기를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통한다니 신기하다.


 그 마음을 어떻게 삶의 일부로 만드는지도 각양각색이다. 손수 만든 물건을 주변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아하기도 하고, 혼자 비밀스레 간직하기도 하고, 나처럼 수입의 수단으로 개발하는 사람도 있다.


 만들기를 유별나게 좋아하지도, 기상천외한 창의력이 있지도 않은데 핸드메이드 창업이라니?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저 좋아하는 걸 물 흐르듯이 따라갔을 뿐이다. 왜, 강물도 흐르면서 바위에 부딪히고 굽어 굽어 돌지 않는가. 수월하지만은 않았던, 그래서 자연스러웠던 날들을 거쳐왔다.




지금도 마음은 여전히 바위에 부딪히고 파도에 휩쓸리며 때때로 작은 물방울로 조각조각난다. 떨어져 나가는거 같아보여도 결국 수면 아래 깊은 마음은 가야할 곳으로 흐르는 중이다.


이런 마음을 기록한다면 공감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한 명쯤은 있을거라 믿고싶다.  좋아하는 일을 지켜내는 과정,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의 마음. 행복함과 투쟁, 그 사이의 이야기들을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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