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의 글쓰기 세계에선 이미 너도나도 자기 결점을 인정하고 트라우마적 기억을 공개한다. 나 하나 부정적 이야기를 적는덴 눈치 볼 것도 없다. 다같이 털어놓는 분위기인걸 뭐. 안 그런가?
최근 브런치 작가 신청에 재수 삼수를 반복했다. 통과 기준을 내 마음대로 궁예하며(*근거없이 추측한다는 뜻) 신청서를 넣었다. 한 번은 '솔직함'이 승인의 키포인트가 아닐지 시험해보기로 했다. 실은 '솔직함을 가장한 결점들 늘어놓기' 였지만.
이 신청서로 작가 통과가 된다면 현타를 맞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단점에 대한 솔직함만 솔직함으로 인정될 거라는 내멋대로의 결론이었다.
통과가 된다면 브런치의 작가 승인 비법이 고작 단점 솔직히 말하기였어? 하고 불평할 참이었다.
다행히(어쩌면 당연히) 그 신청서는 떨어졌다.
브런치 탈락으로 고배의 쓴 맛을 본 후에도 '왜 글쓰기의 솔직함이 부정적 인정에만 강조되는가‘ 에 대한 물음은 멈출 수가 없었다.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드러낸 글은 독자의 공감을 얻는다. 반면 요령없이 장점을 적었다간 자칫 자랑글이 되기 쉽다. 이 사실이 우리의 솔직한 장점 쓰기를 막는다.
최근 블로그 브랜딩을 시도하려다가 어쩐지 주저하는 나를 발견했다. 장점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막상 공개적으로 적으려니 비판을 받을까봐, 알고보니 장점이 아닐까봐 두려웠다.
내 장점을 말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SNS가 각자의 삶에서 희극인 장면만을 모아놓아 타인과의 비교를 생산한다고 하니까, 글쓰기도 그럴 수 있겠단 걱정부터 앞서기 때문이다. 뽐내는 글은 배아픈 사람을 만들까 무섭고, 나의 행복한 글엔 누군가 무력감을 느낄까 겁이 난다.
조금씩 장점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아니, 단점을 드러내는 게 쉬운 사람일수록 장점을 드러내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무해한 글을 쓰고자하는 마음과 내 장점마저 남에게 공감받고 싶은 욕심을 비우자. 좋은 점에 대한 얘기를 솔직하게 꺼내어 보자.
'사회성이 부족하긴 해도 사람을 좋아합니다. 돈을 잘은 못벌지만 좋아하는 일을 고수하는 마인드를 가졌습니다. 생각이 많고 사려 깊습니다. 오늘 잔머리를 잘 굴려서 스스로 똑똑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고객에게 칭찬을 받아서 뿌듯합니다. 작게 자주 행복한 방법을 압니다...
들어보실래요?'
치유하고 공감받는 글쓰기를 10번 했다면 한 번은 내 잘난 맛에 취할 때의 순간도 글로 남기고 싶다.
그리고 독자로서는 누군가 자화자찬의 글을 남기면 귀여운 자랑으로 봐주면 어떨까. 이사람이 이래서 뿌듯했구나- 이걸 장점으로 생각하는구나- 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흡수하고, 칭찬사전에 넣어뒀다가 나중에 자기에게 써먹는거지.
너무 이상적인가? 앞서 단점에 적었듯이 난 가끔 대가리가 꽃밭이다..
재밌는 점은 '솔직하게 장점 쓰기'에 대한 이 글조차도 내 단점을 드러낸 글이라는 거다. 글에서 눈치채셨듯 난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자의식 과잉에다, 자기검열이 심하고 자기PR을 망설인다.
남에게 내 잘난 얘기 하기가 쑥쓰러우니 다같이 그러자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시도였음을 고백한다.
어쨋든 공개적인 자기 칭찬에 인색한 사람들은 조금 더 솔직해지면 좋겠다. 솔직하게 잘난 점을 말해도 괜찮다. 의외로 솔직한 장점쓰기 문화가 긍정적인 효과를 재생산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허세가 되면 SNS의 병폐처럼 되겠지만, 그 장점을 글쓰기 비법 말마따나. 뼛속까지 내려가서 '솔직하게' 쓴다면.. 와이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