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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희원 Aug 25. 2023

키오스크 앞에서 당당하세요

최신기기의 필요성



싸이월드 괴담이 유행하던 시절,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기술은 이미 2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괴담도 아닌 합리적인 사실인데 여지껏 기억에 남아있다. 덕분에 신기술을 탑재한 물건의 등장에 '오 이건 언제 개발했을까, 연구원은 신기하지 않겠군' 하는 생각이 들면 다행이고, 때론 비뚤어진 소비자의 시선을 갖기도 한다. 이를테면 애플이 에어팟 출시 후 연이어 기능을 추가한 에어팟 2세대, 머지않아 에어팟 프로를 내보였을 때. '이것들이 나노 단위로 팔아 먹을려고 작정했군! 진즉 다 만들어 놓은 기술이면서!' 라며 분통해 한다. 새 것은 순식간에 진부한 버전이 되고, 나는 그들의 술수에 걸려든 소비자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언젠가 버거킹 키오스크 앞에서 망설이는 뒷모습을 보았을 때, 어른이 줄 서있던 나에게 순서를 양보했을 때, 막상 나도 키오스크는 처음이라 자신이 없었을 때, 그런 날들 이후로 나노 단위의 기술 출시를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사람들이 잘 사용해야 그들도 팔아서 남길 수 있으니까, 이건 사람들에 대한 신기술 교육과정인지도 몰라. 굵직하게는 1교시는 폴더폰, 2교시는 터치폰, 3교시는 와이파이, 4교시는 어플 깔기 같은 식으로, 더 작게 나눠서 1세대, 2세대, 3세대… 나누어 놓으면 어느 단계에서 접하더라도 기술격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테니 말이다.



  정작 신기술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암묵적으로 만들어지는 약속이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예를들어 '확인'버튼이 대체적으로 오른쪽 아래에 있다는 것, 눈사람 아이콘을 누르면 개인정보를 수정할 수 있다는 것, 점 세개 표시를 누르면 메뉴가 뜬다는 것, 화면을 꾸욱 누르면 무언가 수정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룰을 우린 알게 모르게 익혀왔다.





 키오스크 앞에서 움츠러들게 만드는 건 이런 암묵적 합의의 부재가 아닐까.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면 모를까, 모든 사람이 '장바구니 가기', '메뉴 담기', '결제하기' 가 의도하는 바를 구별할리 없지. 버거 하나 고르는 데에 버튼이 몇 개나 뜨니 '단지 버거를 고르고 돈을 내고 싶다고!' 조용히 아우성치는 뒷모습이 이해된다. 스마트폰을 무리없이 사용하던 이들도 갑자기 등장한키오스크를 어려워했던 걸 떠올리면 비단 나이듦 때문만은 아닐거라는 짐작이다.(근데 이런 경우 도움받는 입장은 대게 나이든 사람이라는 점에선 또 다르게 다뤄져야 할 지점이고)




  최근 발행 글에서 '최신 기기에 관심이 없는 편인데' 라고 했지만 근 몇 년 어버이날이면 최신 기기를 선물했다. 그 선물들엔 숨겨진 의도가 있다. 무선 이어폰이나 워치같은 것들,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새로운 암묵적 교육이 이뤄지는 동안 우리 부모님이 사용자표준에서 소외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물론 아직 현역이시고 자녀들보다도 똑똑하시지만 부러 사드리지 않으면 안쓰시니까. 그러다 나중에 과장보태서 애플투명VR안경홀로그램짬뽕팟 같은걸로 통화하는 시대가 오면 당황스러우니까요.







 

 근데 요즘 신세대를 디지털키드라고 하든데 내 걱정도 해야한다. 미래 어린이들 코딩언어로 신조어 만들어서 내 앞에서 어쩔메타버스 저아줌마 못알아들을 걸 이런 대화할지도 모른다. ㅋㅋㅋㅋㅋㅋ

예시가 이상하지만 암튼 누구라도 기술의 발전에서 배제될 가능성에 놓여있다는거



그래서 결론 ..

- 키오스크 처음 사용하면 당연히 어렵다

- 신문물이 출시되면 사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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