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피제니 Jan 26. 2019

지하철에서 책 한 권과

목표 달성: 일주일에 책 한 권 끝내기

아침 8시 50분, 한결같은 출근길이다. 내가 타는 6호선은 이 시간쯤이면 앉아 갈 여유도 있다. 오늘도 내 양쪽 사람들은 어느 때처럼 스마트폰과 일심동체이다. 한 명은 숨죽이며 스카이 캐슬을 시청하고 있고, 한 명은 친구와의 톡방을 이모티콘으로 도배하고 있다. 그리고 앞에서는 아침부터 누군가와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를 하고 있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일상적이어서, 사람들은 이 시간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 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그들의 자연스러운 출근 일상을 보며 요즘 사람들은 뭐에 관심 있고,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즐기는지 파악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이다. 반면, 사람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스마트폰을 향한 영혼 없는 눈빛들을 보면 씁쓸함과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뭐니 해도 지하철에서 제일 반가운 사람은 독서를 하는 사람이다. 옆에서 통화를 하던, 재채기를 하던, 음악을 크게 듣던 아랑곳 하지 않고 책 속에 빠져있는 사람을 보면 그들을 사로잡은 세계가 궁금해진다. 책 제목을 한번 보고, 읽는 사람의 얼굴을 한번 보고, 그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상상해본다. 저 사람의 직업은 무엇이고, 어떤 사연으로 저 책을 고르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진다. 지하철에서 수많은 사람과 스치고 부딪히지만 책을 읽고 있던 사람들의 인상과 그들이 읽던 책은 기억 속에 가장 오래 저장된다. 그 사람의 얼굴이 구체적으로 남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더 맑고 깊어 보이는 눈빛, 그리고 골똘히 무언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와 닿는다. 오늘 출근길에는 퀀텀 지식을 넓히고 있는 한 남성분. 그리고 미술전시에 대해 포스트잇까지 쓰며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한 여성분이 보인다. 지하철 한 칸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도 저마다 목적지가 다른 것처럼,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각자 관심사, 지식과 경험은 형형색색이지만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공통적인 열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나의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그들을 보며 내 자유시간을 어떻게 쓸 때 제일 보람차고 뿌듯한고,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지 상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출퇴근길에 완독 한 책

사실 “책 읽기”라는 것은 집, 학교 , 국가 정책이 어우러져서 당연한 문화로 받아 들어져야 하는 게 최선이지만, "독서"가 정확히 무엇이어야 하는지는 모른 채, 학창 시절에는 주로 좋은 성적과 좋은 대학에 진학이라는 목적을 이루는 수단 정도로만 익숙할 것이다. (물론 이것이 진정 '독서'라고 불리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보지만). 나는 어릴 적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지를 않고, 수업 내 필독 리스트 혹은 베스트셀러 정도만 의무적으로 읽는, 나만의 색깔이 없는 껍데기 독서를 하였다. 하지만 요즘 지하철 안 독서 마라톤은 다르다. 내가 6개월 동안 출퇴근 길에 독서를 한 결과, 출근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 하루가 조금 다르게 풀어 나가고 있다. 내가 평소에 궁금했던 분야, 아니면 고민거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책을 직접 고른다. 그러면 아침부터 작가들과 창의적이고 건강한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레 내 하루의 일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누구와의 대화는 꾸준히 상대와 템포를 맞춰야 하고, 자칫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못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지하철에서의 혼자만의 시간은 작가의 말을 듣되 나의 생각에 귀 기울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 이번 주는 이케다 준의 '무뚝뚝해도 괜찮습니다'를 읽으면서 내 마음에 확 와 닿는 격려의 글을 찾았다.


의식과 중심을 어디에 맞추느냐, 정신 상태에 따라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시기에는 다른 사람에게 더욱 무뚝뚝해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낫다. 다른 사람이 가진 것에 신경을 빼앗기지 말고, 자신과의 관계를 즐긴다.

사실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글을 하나 더 써야 할 만큼 정말로 좋은 의미가 많이 담겨있다. 이 글을 읽고 나는 부정적인 마인드 (Frame)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내 일에 집중하고 사람들과는 또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이런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은 스마트폰을 쳐다보면서는 자주 오지 않는 기회이다. 스마트폰에서 타인의 소식 -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친구, 가족이든 - 에 집중하게 되면, (물론 이런 것들이 삶에 불필요한 요소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케다 준이 말했듯이 내 생각과 행동들을 다른 사람에게 중심을 맞추게 된다. 하지만 책을 통해 작가와 '나를 위한' 대화를 시도함으로써, 내가 지식을 쌓던, 불안정한 감정을 가다듬던, 온전히 나에게 집중을 하게 된다. 독서는 마치 산책하는 것처럼 바쁜 일상을 정돈해주는 역할을 해준다. 그래서 이제는 나는 출퇴근 이동시간이 아깝기보다는 그 시간이 있어서 감사하다.


나는 '스마트 폰 내려놓고 책 읽기' 마라톤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처음 목표는 2주 만에 책 한 권 읽기였지만, 어디서나 책을 읽는 게 자연스러워지고 재밌어지기 시작하니 1주일에 한 권 읽는 것도 무리 없이 실천하고 있다.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고민거리가 있으면 책을 통해 다시 중심을 잡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바쁜 일상 속의 잠깐의 나만을 위한 여유는 정말 꿀 같은 시간이다.

독자분들도 하루만큼은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들고 지하철에 타보기를 권한다. 첫날에는 첫 페이지만 읽어도 좋다. 그 페이지의 글자 하나하나 흡수하고 나와의 대화를 시도해보고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평상시에 떠올릴 수 없었던 기발한 아이디어가 짠! 하고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리고 같은 칸에서 독서하는 동지를 발견할 때의 묘한 설렘을 직접 느껴보기를..!


그럼, Happy reading everyone. 

작가의 이전글 맛집 건강샌드위치 따라잡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