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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포동 술쟁이 Jul 11. 2017

프롤로그 000-01 세계여행을 결정하게 된 이유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작년 가을

다니던 회사가 망했다.

아니 망해가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사무실에 흐르던 적막과 스산함은

갑자기 찾아온 가을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지금 다니던 회사 이후에

나만의 사업을 시작하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유학을 떠나던

무언가를 하려고는 했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수많은 선택지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지만

게을렀기에 마냥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

무엇 하나 시작할 용기도 확실한 계획도 없었다.


그렇게 위기는 나에게 찾아오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회사에 오기 전까지

난 언제나 위기의 연속이었다.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 입사를 외면하고

단단한 대기업 보단 유연한 에이전시가 좋다는 이유로

작은 회사를 택한 그때 그 순간부터...


툭하면 월급이 밀리는 회사

새벽 3시에 귀가를 하면서도 사수의 눈치를 봐야 했던 회사

스타트업을 다닐 땐 회사의 대표가 직원 몰래

다른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사회 초년을 위기 속에서 보냈다.


그러던 중 퇴사의 이유가 전혀 없는

지금의 회사에 입사를 하였는데

그 회사가 무너지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아

취업률이 나날이 낮아진다거나

문을 닫는 회사가 많다거나 하는 기사를

뉴스에서 보면서도 나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사드로 인한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날 뉴스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또다시 찾아온 위기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


그렇게 새로운 직장을 고민하던 어느 날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고 싫었으면서도

매일 아침 출근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 모습에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그러한 씁쓸함은

'이게 정말 최선일까?' 하는 물음을 가지고 왔다.

'할 줄 아는 것이 이것뿐이다.'라고 돌아온 대답은

'해본 것이 이것뿐이지 않은가?'하는 또 다른 물음을 던졌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중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에 가고

회사에 취직을 하는 수순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의심은 없었고 그게 정답이라 생각했다.

내가 아는 세상은 그게 전부였다.

어린 시절부터 내 주위에 모든 이들은

좋은 대학만을 원했고 대기업만을 원했다.

취업 후에는 퇴직 후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

그게 내가 사는 세상의 전부였다.


다른 세상은 없을까?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을까?

재미있게 일하고 행복하게 살 방법은 정말 없을까?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난 세계여행을 결심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만 계속 해보기로 했다.

가장 좋아하는 여행을 질리도록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만 죽어라 해보기로 했다.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기에,

그 속에 답이 있을 것 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난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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