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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포동 술쟁이 Jul 11. 2017

프롤로그 000-02 여유로워도 된다는 것.

생각해보면 여유를 즐기는 법을 몰랐다.

세계여행을 결심하고 여행 준비를 위해 회사를 정리함과 동시에 자유를 얻었다.


평일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하루 종일 TV를 보아도 되었고 예매를 하지 않고 영화관에 갈 수 있었다. 인기 있는 식당이나 카페를 갈 때 예약을 하거나 줄을 서지 않아도 되었으며 한적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의 특권 그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지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조금 안되었을 때 오랜만에 얻은 자유에 대한 행복보다 마음 한편에서 시작된불안감이 점점 커졌다.


처음에는 이 불안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고 싶은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회사를 그만둔 내가 하루 종일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지내는 요즘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건 어떤 경우란 말인가?


하지만 그 불안함의 원인은 머지않아 친한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친구는 영어공부를 해보려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잘 안된다고 했다.

이유는 자기계발,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미래의 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친구는 반평생 영어공부를 하며 살았지만 실력은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저 영어를 두려워하는 평범한 한국사람 중 한 사람… 그 친구는 자신의 영어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 스트레스라 했다. 하지만 이와 중에 웃긴 것은 그 친구의 직업 특성상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는 평생을 가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한국만큼 영어에 열을 올리는 나라도 없지만 그 노력에 비해 영어를 못하는 나라도 한국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은 영어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

사실 우리 국민중 대다수는 영어를 유창하게 할 필요가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 물론 영어가 필수적인 직장과 직업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어를 잘 하는 것이 못하는 것보다 나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잘한다면 그만큼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영어가 필수적인 곳에 살고 있다면 매일 영어가 그대로 일까? 영어는 언어이다. 언어는 매일 써야 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를 사용할 일이 적은 사람이 영어를 못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못해도 삶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까. 필요하면 무엇이든 는다. 그게 영어든 다른 어떤 것이든 간에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영어에 목을 매는 것은 무엇일까?

운동, 취미생활 혹은 친한 지인과의 만남 등 지금의 행복을 마다하고 미래의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지 안 줄지 확실하지도 않은 영어를 우선순위로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니 내 이유 없는 불안감의 답이 나왔다.


생각해 보면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친구들은 선행학습에 익숙해져 있었다. 항상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의 나를 희생하며 살아왔다. 대학을 위해 그리고 직장을 위해 그 당시 누릴 수 있는 확실한 행복을 확실하지 않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희생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해왔던 것이다.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말한 것과 같이

'어쩌다 여분의 시간이 자유라도 생기는 불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거기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는 사람 중의 한 사람 처럼'


이렇게 생각해 보니 지금 나는 그토록 원하던 세게 여행에 설레기보단 여행 후의 생활을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까지 생각해보니 섬뜩했다. 행복해야 할 여행이 행복하지 않을까 봐…

그 이후부터 난 지금의 행복을 즐기는 것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대책 없이 하루살이 삶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에 조금 더 집중하려 노력했다. 뚜렷한 답이 없이 불안하기만 한 일들은 심하게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예전에 보지 못한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소한 것들에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 삶은 한층 여유로워졌다. 스트레스로 인한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도 많이 호전되었다. 그렇게 여행 전 설렘을 되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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