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 아일랜드, 더블린
누군가는 더블린을 기네스 말고는 볼 것 없는 도시로 평가했다. 하지만 나에게 이곳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더블린의 기네스는 내가 오래전부터 꿈꿔온 것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을 배경으로 한 영화 '*원스(Once, 2006)'. 유럽이 그리울 때면 항상 틀어보던 영화다. 원스는 날것 그대로의 더블린을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과 조용한 도시의 모습이 꾸밈없이 담겨있다. 난 그 조용하고도 먹먹한 영화를 보며 언젠가 꼭 더블린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아침부터 부랴부랴 파리와 인사를 한 우리는 점심때쯤 더블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중충한 날씨 속에 자리 잡은 높지 않은 건물들, 더블린이 확실했다. 내가 꿈에 그리던 더블린이.
"왔다. 드디어 더블린에 왔구나!"
감격이었다. 마치 유럽을 처음 나왔을 때와 같은 설렘이었다. 우산을 꺼내기 애매한 빗방울과 흐린 하늘마저 분위기 있게 보였다. 난 어서 시내로 나가 생굴과 기네스를 마시고 싶었지만 아직 그럴 순 없었다. 호스트가 아직 회사에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린 공항 근처에서 시간을 때우다 느지막이 도심으로 들어갔다. 많은 짐에 대한 부담 도었지만 공항에서도 충분히 행복했기에 굳이 서두르지 않았다.
"미안 미안, 나 때문에 관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었겠다."
저녁때쯤 도착한 호스트 아나(Ana) 우리를 맞이하며 말했다.
"아니야 더블린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진짜인데, 내가 형식적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나 보다. 간단한 인사를 건넨 후 아나는 집 사용법을 설명했다.
"우리는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니까 편하게 집을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냉장고에 있는 음식은 마음대로 꺼내 먹으면 되고. 저기 위에 있는 술들도 마음껏 마셔."
"진짜? 후회할 텐데..."
"지금 한잔할래?"
좋다고 말하려는 순간 누라의 살기가 느껴져 거절했다.
"그리고 우린 '닉'과 함께 살아. 혹시 강아지 무서워하는 건 아니지?"
"아니야. 강아지 좋아해. 우리 아버지는 리트리버 두 마리나 키우시는걸."
"그래? 정말 다행이다."
이번 비엔비는 집주인과 함께 집을 쓰는 곳이었다. 거기다 '닉'까지. 앞으로 호스트들보다 이 녀석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것 같다.
간단한 집 소개를 들은 우리는 아나가 추천해준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내가 기네스 때문에 더블린에 왔다고 하자 아나가 소개해준 식당이었다.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은 마침 아일랜드와 웨일스의 축구경기가 한창이었다. 우리는 앉자마자 기네스와 음식을 시켰다.
꿀꺽. 꿀꺽. 꿀꺽..!
달랐다. 더블린에서 정석으로 따라낸 *퍼펙트 파인트는 지금까지 먹어본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부드러운 거품에 완벽한 바디감. 내가 꿈꾸던 그 기네스였다. 더블린에 온 것을 다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완벽한 기네스 그리고 아름다운 더블린, 흘러가는 일분일초가 벌써부터 아쉽다.
*원스(Once, 2006)
원스는 몇 년 전 흥행에 성공한 비긴 어게인(Begin Agin)의 감독인 존 카니(John Carney)가 만들었다.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당시 13만 유로로 만든 저예산 영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207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큰 흥행을 거두었다.
특히 영화의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Falling Slowly는 국내에서 너무 유명해 영화는 몰라도 노래는 아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이 OST 앨범이 그래미 후보에 오를 정도였다.
영화는 음악을 좋아하는 청소기 수리공인 남자와 체코에서 이민 온 가난한 여주인공이 서로의 음악성을 알아보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핏 보면 멜로 영화 같지만 흔한 멜로 영화와는 달리 잔잔하고 조용하다. 저렴한 필름에 담긴 영화는 평범한 그들의 일상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퍼펙트 파인트
완벽한 기네스 한 잔을 일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