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더블린
오늘 우리는 '원스'의 흔적을 따라 더블린을 둘러보았다.
먼저 우리는 영화의 첫 장면이 촬영된 그래프턴 거리(Gragron Street)로 향했다. 거리 곳곳엔 남자 주인공처럼 버스킹을 하는 뮤지션들이 보였다. 그들을 보고 있자니 버스킹을 하던 남자 주인공(이후 '그')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 했다. 게다가 노상에서 꽃을 파는 사람들은 장미를 팔던 여자 주인공(이후 '그녀')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우리는 거리를 따라 소매치기가 그에게 잡히던 세인트 스테판 그린 공원 (St. Stephen's Green Park)까지 걸어갔다. 영화에서 뛰어서 추격전을 벌였던 것처럼 실제로도 두 장소는 매우 가까웠다.
공원을 나와 우리는 그녀가 고장 난 청소기를 끌고 다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조지 스트리트 아케이드 (George Street Arcade)로 향했다. 이 아케이드 앞엔 'falling slowly'를 부른 월튼 악기점(Walton Music)이 있는데 내부 리모델링으로 인해 영화 속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쉬웠다. 원스가 아일랜드에선 그다지 인기가 없었거나 영화로 인한 수입이 별로였나 보다.
월튼 악기점의 리모델링에 안타까워하며 우린 킬라이니 힐 파크(Killiney Hill Park)로 향하는 Dart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 공원에서 그녀는 그에게 '밀루 유 떼베'라는 가슴 아픈 말을 남겼다. 왕복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지만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공원도 아름다웠지만 오가는 열차에서 바라본 아일랜드의 바다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다시 열차를 타고 더블린으로 돌아온 우리는 *템플 바 거리 (Temple Bar)로 갔다. 이 거리는 그가 떠나기 전 그녀와 마지막으로 걷던 길이다. 곳곳에 정통 아이리쉬 펍들이 즐비하고 있는 템플 바는 역시 낮보단 밤이 좋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그녀가 'If you love me'를 완성하는 평범한 골목길이다. 그녀가 그의 멜로디에 가사를 입히며 골목을 걸어가는 씬은 영화 속 나만의 명장면이다. 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아니 찾을 엄두도 못 냈다. 그 평범한 주택가를 찾아내기엔 시간도 체력도 너무나 부족했다. 결국 난 집 앞 골목길에서 노래를 들으며 산책하는 것으로 대신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템플 바 구역 (Temple Bar)
템플 바는 더블린 거리의 이름이다. 과거 윌리엄 템플은 영국에서 왕의 사절로 아일랜드에 왔다. 그는 더블린에 머무는 동안 트리니티 대학의 학장이 되었고 지금의 템플 바라 불리는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그의 아들이 추가적으로 근처의 땅을 사 개발한 결과 오늘날까지 번성하게 된 것이다. 템플 바의 'bar'는 술집을 의미하는 'bar'가 아닌 강어귀의 모래언덕이라는 의미의 'barr'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