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11. 월요일 런던 입성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 영국, 런던

by 개포동 술쟁이

"응? 왜 우리 비행기가 없지?"


전광판을 바라보던 내가 말했다.


"정말 히드로(Heathrow) 맞아?"

"응. 런던은 히드로만 있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 다시 한번 봐봐."

"에이 귀찮게. 이거 봐봐 여기 런던 히..?"


아니었다. 런던엔 공항이 무수히 많다는 걸 그때 알았다. 비행기 티켓을 예매할 때만 해도 런던엔 공항이 히드로만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공항 이름을 유심히 보지 않았다. 오직 가격만 봤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라더니 내가 딱 그 꼴이었다. 비행기티켓을 다시 보니 스탠스테드(Stansted) 공항이라고 적혀 있었다. 공항은 런던 시내에서 대략 5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민망했다. 알지도 못하면서 바득바득 우기던 창피한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다. 그래서 누라에게 말했다.


"열차 타면서 경치도 보고 좋지 뭘 그러냐."


아니었다. 볼 수 없었다. 열차에서도 우린 바빴다. 공항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우리 눈앞엔 목적지인 '리버풀 스트리트'행 열차가 서 있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열차에 탑승했다. 하지만 뭔가 찝찝했다. 개찰구를 통해서 들어온 것도 아니고 열차표를 구입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이스터 카드로 되지 않을까?"


아니었다. 멍청한 말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오늘의 나를 보고 하는 것 같았다. 찝찝한 마음에 오이스터 카드의 활용범위를 찾아본 나의 동공이 흔들렸다. 우리가 탄 스탠스테드 익스프레스는 오이스터 카드로 탈 수 없는 열차였다. 우리는 결국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표를 구입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다음 역으로 가는 동안 검표원을 만나지 않았다.


"응? 이거 뭐지? 표를 찍어야 나갈 수 있는데?"


역을 나가는 길목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개찰구를 보며 내가 말했다. 분명 공항에선 이런 거 없었는데 눈앞에 이건 뭐란 말인가? 순간 내 머릿속은 졸렬해지기 시작했다. 영어를 못하는 척해볼까? 몰랐다고 잡아 땔까? 표를 잃어버렸다고 할까? 이런저런 치졸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무임승차에 대한 페널티는 각오해야 했다.


"와 런던이니까 무지막지하게 나오겠지?"


앞으로 다가올 채벌의 시간에 두려워하며 난 호출벨을 눌렀다.


'띵동'


그녀가 왔다. 우리에게 페널티를 물을 그녀가.


"어떤 일 때문에 그러시죠. 손님? 티켓을 여기에 대면 문이 열려요."


저도 그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요...


"사실 제가 공항에서 왔는데. 티켓을 사지 못했어요. 그래서 지금 티켓이 없네요."


'덤벼라 페널티. 나의 무지함의 대가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치러주마.'


"아 그러세요? 그럼 이쪽으로 나오셔서 티켓을 구입하세요. 창구는 왼쪽에 있어요."


으응? 그게 끝이었다. 직원은 별것 아니라는 듯 나를 창구로 안내해줬다. 순간 치졸하게 짱구를 굴리던 내가 창피해졌다. 친절하게 창구를 안내해 주던 직원, 열차표를 설명하다 말고 하늘이 이쁘지 않냐고 말을 건네 오는 매표소 직원. 모두가 아무 일 없다는 듯 평화로웠다. 런던, 시작부터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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