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잉글랜드 런던
오늘은 영국에 살고 있는 누라의 친구를 만났다. 이름은 명지. 5년째 런던에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능력자다. 퇴근시간, 소호거리에서 만난 우리는 일식당으로 향했다. 명지가 추천한 음식점이었다. 친구는 영국 음식은 잘 안 먹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추천 레스토랑은 레바논, 일본 등 영국과 멀리 떨어진 나라의 음식뿐이었다. 역시 영국은 음식으로 유명한가 보다.
사실 일식당을 가자고 했을 때에도 불안 불안했었다. 그동안 실패했던 일식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국이라니 불안감은 더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그곳은 훌륭했다. 현지인의 입맛을 고려한 맛이라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먹을 필요가 없었다. 그냥 맛있었다. 다양한 인종의 손님들로 북적이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는 초밥과 사시미를 비롯해 일본 맥주를 마셨다. 오랜만에 즐겁게 먹은 식사였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근처 펍으로 향해 대화를 이어나갔다. 친구는 한국 특유의 기업문화에 질려 외국으로 나왔다고 했다. 바로 이점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부다 그런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야근은 성실함을 의미 하지만 여기선 무능함을 뜻한다.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본다. 그렇다고 야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야근이 필요하면 하고 이에 합당한 성과를 보여준다. 수당을 위한 야근이 없다. 또한 야근이 계속 이어지면 인원을 충원한다. 출퇴근 또한 회사와 약속을 엄수한다. 30분 미리 출근해서 30분 늦게 퇴근하는 게 미덕인 한국과는 다르다. 오히려 30분 일찍 출근하면 30분 일찍 가기도 한다. 휴가 또한 자유롭다. 최대 2주 동안 휴가를 낼 수 있다. 이번 추석 연휴를 손꼽아 기다렸던 한국의 직장인들과는 비교된다.
야근을 안 하려다 보니 업무시간엔 전투적으로 일한다. 점심시간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야근이라는 생각에 업무를 느긋하게 하는 사람이 없다. 업무 중에 다른 짓을 하는 사람 또한 없다.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는 한국보다 심한 경우가 많다. 일한 만큼의 성과를 보여야 하고 자신의 가치를 계속해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발전 없이 묻어가기만 하다가는 언제 해고당할지 모른다. 정규직이 되면 철밥통이 되는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영국을 비롯해 유럽의 모든 회사가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과 비슷한 회사도 있고 그보다 더 나쁜 근무환경을 가진 곳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돌아간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집으로 오는길 불이켜진 런던의 사무실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니 예전 회사를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일이 재미있어서 신나게 했던 순간, 회사에 있는 1분 1초가 지옥같았던 모든 순간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이 여행이 끝나고 난 어떤 일을 시작할지 궁금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