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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포동 술쟁이 Jul 31. 2017

Day. 32 오늘부터 우리는 유럽 여행자

7월 29일


반짝이는 지중해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다 생각한 건데, 오늘부턴 여행기록을 일기 형식으로 남기기로 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도 소중한 여행의 일부라는 생각에서다. 여행이란 게 항상 기억에 남는 일들만 생기는 게 아니니까. 평범한 하루가 훨씬 많으니까.


오늘이 그렇다. 아시아 투어를 마치고 그렇게 그리워하던 유럽이 도착하였건만, 하루 종일 한 일이라곤 가지고 온 책을 보다 가끔씩 반짝이는 지중해를 멍하니 바라본 것이 전부였다. 숙박비를 아낄 목적으로 구입한 야간행 페리의 출발시간은 밤 23시 55분, 우리가 항구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11시였기 때문이다.


항구 근처를 관광하려던 심산도 있었다. 하지만 방콕에서부터 감기로 골골 거리던 누라에게 감기를 옮아버려 도저히 돌아다닐 힘이 나지 않았다. (아마 싱가포르에게 찌질한 투정을 부린 벌을 받는 건지도...)


책도 질리고 바다도 질려 이렇게 일기를 쓰는 지금, 앞에서 자고 있는 누라를 깨워 장난을 칠까 했지만 그만뒀다. 하나라도 빨리 살아나야지...


해는 쨍쨍하지만 습하지 않아 바람이 불면 시원한 하루가 지나간다.

지금은 오후 6시 배는 4시간이나 있어야 들어온다. 어서 배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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