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
여행을 하면서, 내가 머무는 장소가 배경이 된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건 또 다른 재미다. 더 깊게 작품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피렌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냉정과 열정사이'를 봤다. 소설을 볼까 했지만 그냥 영화로 봤다. 소설을 보기 위해선 이북(eBook)으로 봐야 하는데, 책장을 넘기지 못하는 이북은 영 적응하기 힘들다.
난 일본 멜로물의 가장 큰 장점은 고요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충격적인 전개도, 긴장감이 도는 상황도 그저 담담하게 풀어간다. 얼핏 보면 우리의 일상 같기도 하다. '냉정과 열정사이'도 그랬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지만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영화를 보고 나니 피렌체가 조금은 달리 보이는 것 같다. 준세이가 스튜디오로 가기 위해 매일 같이 건너던 건너던 트리니티 다리(Trinity Bridge)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아오이가 지내던 밀라노도 그리워진다.
영화를 보고 나니 창밖에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그치면 트리니티 다리로 나가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에 다시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