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46. 안녕 2017

이탈리아, 로마

by 개포동 술쟁이

누라와 나는 사람 붐비고 시끄러운 곳을 싫어한다. 그래서 우린 지금껏 한강의 불꽃놀이 축제나 새해 보신각엔 얼씬도 안 했다.


하지만 오늘, 2017년의 마지막 날. 우린 콜로세움에서 새해를 맞이해 보기로 했다. 큰 결심이었다. 그곳은 수많은 인파가 불꽃놀이를 하며 새해를 기다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선 테러에 대한 위험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럽에서 새해를 맞이하겠다고 와서 이런 행사도 안 보고 가는 건 아쉽다는 생각에 우린 마음을 굳혔다. 저녁을 먹은 후 우린 체력 안배를 위해 11시가 넘어 집을 나섰다. 로마는 지하철에서부터 난리도 아니었다. 출퇴근 시간 지옥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모두 흥이 넘쳐있었다는 것만 달랐다. 그들은 저마다 손에 술병을 들고 신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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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그 수많은 인파를 꾸역꾸역 수용하며 콜로세움에 도착했다. 그곳은 출구부터 열광의 도가니였다. 엄청난 인파가 발 디딜 틈 없이 새해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질수록 사람들의 환호성은 높아졌다. 그럴수록 주변의 군인과 경찰들은 더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들의 그런 모습에 덩달아 긴장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안심이 되기도 했다.


이윽고 자정이 다가왔다. 순간 사방에서 수많은 언어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뜨레! 두에! 우노!..."

"쓰리! 투! 원!..."

"@#!, $#%!, %#!..."


"Happy new year!"


2018년이 되자 콜로세움은 작년보다 더 뜨겁게 불타올랐다. 우린 다 함께 소리 지르며 2018년을 맞이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던가? (한 살 더 먹은 게 기쁜 건진 잘 모르겠지만) 사람 많고 시끄러운 걸 싫어하지만 이렇게 행사를 하는 곳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하철역이 봉쇄돼서 한 시간을 걸어 집에 오긴 했지만 말이다.


2018년 마지막 날에 난 어디서 어떤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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