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포동 술쟁이 Nov 30. 2018

뒷북, 스타벅스는 밀라노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스타벅스에 있어 밀라노는 성지다. 밀라노에서 스타벅스가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밀라노라는 도시가 스타벅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냐 하는 건 전 CEO인 하워드 슐츠의 저서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긴 성공 신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책에서 그는 가정용품을 파는 회사에 다니던 중 우연한 계기로 원두를 판매하는 스타벅스를 우연히 알게 된다. 이후 그는 스타벅스의 광팬이 되었고 급기야 연봉도 낮은 스타벅스로 이직하기에 이른다. 이직 후 그는 밀라노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에스프레소 바'를 처음 접하고 영감을 받는다. 귀국 후 그는 원두만을 판매하던 스타벅스에서 에스프레소바의 형태를 가진 매장을 오픈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그는 스타벅스를 나와 일 조르날레(Il Giornale)를 만든다. 일 조르날레가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가 예전에 인수한 피츠(커피원두를 판매하는 회사)에 집중하기 위해 스타벅스를 매각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는 바로 운명을 받아 들이 듯 자신이 나온 스타벅스를 인수했고 지금의 스타벅스를 만들었다.


이렇듯 밀라노라는 도시는 하워드 슐츠에게 영감을 주었고 고집을 부리게 만들었고 도전을 하게 만들었으며 세계 최고의 커피전문점을 만들게 한 도시이다. 그만큼 스타벅스에게 밀라노는 의미 있는 도시이며 그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했을 도시이다. 그 때문인지 현 CEO 케빈 존슨은 '우리는 이탈리아 커피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진출했다.'라고 밝혔고 전 CEO 하워드 슐츠는 '최초의 영감을 얻었던 35 전부터 오늘날까지 우리가 겪었던 모든 것들을 존경을 담아 이탈리아로 가져왔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또 준비했을 스타벅스는 어떤 모습으로 시작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리저브 로스터리(Reserve Roastery)이다. 스타벅스가 처음 시작된 시애틀과 중국의 상하이에 이어 세 번째로 생겼다고 한다. 거대한 황동색 로스팅 기계는 6m의 크기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외관 또한 신경 썼는데, 로스터리의 현관은 이탈리아 조각가 '지오바니 발데리'가 카라라 대리석으로 조각했다고 한다. 내부 또한 신경을 많이 썼다. 기존의 스타벅스의 느낌이 아닌 이탈리아의 느낌을 강조하였다. 메뉴에도 변화를 주었다. 어찌 보면 스타벅스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프라프치노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이탈리아에 존중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지나칠 정도로 보인다.




수많은 시간을 공들인 이탈리아 진출은 과연 성공할까?

첫날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스타벅스를 경험(?) 했다. 두오모 줄 보다 길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면 정말 대박 난 것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인터뷰 한 시민이 '스타벅스는 궁금해서라도 한 번은 가볼 것 같다.'라고 한 것을 보면 이것은 '오픈 버프' 일 가능성을 제외할 순 없다. 게다가 주변 상권의 종업원들도 '스타벅스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기는 커피와는 다르다. 서로 추구하는 시장이 다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스타벅스를 가는 사람들은 에스프레소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갈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여기서 난 저 '다른 목적'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타벅스는 이전부터 문화를 팔아왔다. 스타벅스를 가는 사람들은 커피 이외에 다른 무언가를 위해 간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이탈리아에서 스타벅스식 운영은 쉽지 않다. 한 잔에 1~2유로 하는 이탈리아에서 그 3배 이상의 커피를 판매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는데, 스타벅스는 그동안 그 3배의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게 만들어왔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말이다. 젊은 층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며 이전의 것에 쉽게 질린다. 바로 이점을 통해 스타벅스는 우리나라에서 큰 성공을 이루었으며, 서울을 세계에서 스타벅스가 가장 많은 도시가 될 수 있게 만들었다.


감히 이탈리아와 우리나라의 커피문화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본능과 자본주의의 끝판왕인 미국에서 성공한 스타벅스가 그들에게 다가가는 힘을 결코 무시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미 그들은 '아메리카노'나 '스타벅스'가 익숙하다. 그들이 좋아하는 미국 음악이나 할리우드 영화에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타벅스는 이미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한 '사이렌 오더'와 같은 어플 서비스도 제공하고 SNS로 끊임없이 소통한다. 서로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 안심이라는 이탈리아 상인들은 바로 젊은 세대의 변수에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그들이 친구들과 어울릴 공간으로 스타벅스를 이용하며 자연스럽게 아메리카노를 접하게 되고 또 그 맛에 적응을 한다면 스타벅스에겐 충분히 승산이 있다. 언젠가 그 젊은 세대들이 주 고객이 되고 그들은 자신의 자식들에게 커피문화를 스타벅스로 가르칠 것이다.

그럼 스타벅스에겐 이제 꽃길만 열릴까? 내 생각엔 아무리 그래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우선은 맛에 대한 문제가 크다. 솔직히 스타벅스의 커피 맛은 (유럽에 있는 다수의 스타벅스를 다 가보았지만) 이탈리아 커피 맛보단 떨어진다. 커피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던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선 쉽게 성공을 했을지 모르지만 이탈리아는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마치 *하이그레비티 공법으로 만든 맥주가 유럽에서 힘을 못쓰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경쟁력 있게 만든 맥주가 세계로 팔려나가고 있지만 맥주 강국의 시장엔 진입하지 못하듯, 아메리카노 역시 커피 강국의 시장엔 진입하기 어렵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하지만 이걸 모를 리 없는 스타벅스일 것이다. 호주와 베트남 그리고 일본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을 그들이다. 그때의 경험을 약으로 삼아 칼을 갈고 갈고 또 갈았을 것이다. 커피 강국 이탈리아에서 과연 그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스타벅스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 하이그레비티 공법 : 미국 맥주를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배양된 효모를 사용하여 맥아의 당을 최대한 알코올과 바꾼 후 높아진 맥주 도수를 낮추기 위해 물을 타고 인위적인 탄산가스를 주입하여 만드는 공법을 사용한다. 주로 미국의 '버드와이저'와 한국의 '카스', 일본의 '아사이'가 있다. 맥아의 거의 대부분의 당분을 먹고 알코올로 바꾸어 깔끔한 맛이 난다고 '슈퍼 드라이' 뭐 이런 광고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속속 생겨나는 스마트 핸드 드립기구들을 보며(하리오 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