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따라 달라지는 커피의 맛
물이 조금만 바뀌어도 설사를 하거나 피부 트러블이 발생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마트에서 구입하는 생수도 가격이나 브랜드는 고려해도 그 성분에 대해선 좀처럼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보다 물의 성분은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분야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물은 칼슘이나 마그네슘 등이 중탄산염이나 염화물의 형태로 함유되어 있다. 이때 함유량이 많으면(경도가 높으면) 경수(센물), 함유량이 적으면(경도가 낮으면) 연수(단물)로 나누어 부른다. 보통 경수는 자연 그대로의 지하수나 하천수에서, 연수는 정화된 수돗물이나 빗물, 생수 등에서 구할 수 있다.
물 들은 주변 환경과 정화 구조에 따라 함유량이 모두 달라지는데, 이러한 이유로 지역마다 물맛이 다르고 생수 브랜드마다 물맛이 다르다고 하는 것이다. 아래의 표를 보면 우리나라 수돗물은 유럽의 생수에 비해선 연수에 속한다.
경도가 높고 낮은 걸로 물이 좋고 나쁘고를 따질 순 없다. 단지 물이 가지는 성질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질 뿐이다.
얼마 전 SBS에서 방영된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전 청년 구단 편에서는 물이 중요하다는 백종원 대표와 누룩이 중요하다는 막걸리집 사장님이 대립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물과 누룩 뭐가 더 중요할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둘 다 중요하다. ㅎㅎ 막걸리의 누룩은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김치고 물은 김치찌개의 육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김치를 만들기 위해선 오랜 노력이 필요하고 육수는 조금만 신경 쓰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아마 백종원 대표가 청년 사장님에게 물이나 신경 쓰라고 말한 것은 오랜 시간이 걸려 연구해야 하는 누룩 보다 당장 쉽게 맛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물을 바꾸라는 뜻이었다고 생각된다.
아무래도 수돗물이 정수기 물에 비해 발효를 방해하는 미네랄과 같은 성분과 막걸리의 맛을 해치는 염소 등의 성분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물은 커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수에는 신맛을 감소시키는 중탄산염이라는 성분이 연수에 비해 많다. 그래서 중탄산염이 많이 함유된 물(경수)로 커피를 내리면 중탄산염이 적게 함유된 물(연수)로 내린 커피보다 신맛이 약하다.
이러한 맛의 차이는 집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경도가 높은 에비앙(317mg/L)과 경도가 낮은 삼다수(19mg/L)을 이용해 커피를 내려보면 에비앙이 삼다수에 비해 산미가 덜 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실험해 보니 확실히 에비앙은 삼다수에 비해 시티 포인트의 에티오피아 시다모 워시드 임에도 불구 하도 단맛이 많이 살았다.
근데 단맛만 너무 살았다...
위의 표를 보면 산미를 강하게 표현하고 싶다면 중탄산염이 적게 함유된 물을 산미를 줄이고 싶다면
중탄산염이 많이 함유된 물을 사용하면 되겠다. 물론 이러한 물의 차이는 로스팅과 추출법에 비해 영향력이 매우 적겠지만, 커피 맛의 뉘앙스를 변화시키에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