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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포동 술쟁이 Nov 16. 2018

속속 생겨나는 스마트 핸드 드립기구들을 보며(하리오 7



고속도로 톨게이트, 마트의 무인계산대 등 많은 기계들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의 바람은 커피산업에도 찾아왔다. 최근 커피박람회를 보면 많은 자동화 드립 머신들이 속속 모습을 들어내는데, 이 머신들은 인간보다 정밀하게 커피를 추출해 준다. 그뿐만 아니라 디테일한 레시피를 기억하고 공유해 누구나 쉽게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스마트 드리퍼의 등장은 바리스타직업군을 위협할까?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때,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산업화는 오히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과거보다 높아졌고 이는 삶의 질까지 향상시켰다. 물론 이러한 과정으로 인해 경제 양극화가 심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산업 혁명전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산업화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모든 일에는 장점이 있으면 단점 또한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산업화는 경제적 양극화의 촉진, 환경오염 등 많은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인류는 오래전부터 산업화를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으로 나뉘어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다.



커피의 자동화

커피에도 자동화 바람이 불고 있다. 어찌 보면 베제라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들었을 때도 세간에는 이를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에스프레소의 등장은 다양한 커피 메뉴를 만들게 하였고 결과적으로 커피산업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아래의 영상을 보면 이젠 핸드드립도 기계로 내릴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레시피를 저장할 수도 있고 타인의 레시피를 공유할 수도 있다. 섬세한 기계는 추출 편차가 심한 핸드드립에 편차를 없애줄 것으로만 보인다. 이러한 기계의 등장을 보며 앞으로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말 아래 영상에서 등장하는 기계들이 바리스타 직업군을 위협할까? 나는 다음 두 가지 이유로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하리오 코리아의 하리오 스마트 7 설명 동영상
bubblelabrobotics


1. 기술적인 측면(변수)

커피 추출을 비롯해 먹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은 생각보다 변수가 많은 일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 추출하는 것만 해도 변수는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오토 버튼으로 만 분쇄와 추출을 해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분쇄도 선택부터 시작해 포터 필터에 담기는 커피의 양, 레벨링 그리고 탬핑 등 많은 행위들이 추출하는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거기다 추출되는 줄기의 모양을 보고 최종적으로 받아내는 커피의 양을 즉석에서 결정해야 하며, 손님의 기호에 따라서도 다른 추출 법을 가져가야 한다.


에스프레소는 그나마 양반이다. 추출되는 압력, 물의 줄기 그리고 온도가 항상 일정하기 때문이다. 물도 빨리 식고, 추출하는 속도와 양도 매번 일정하지 않은 핸드드립은 매번 결과물의 차이가 난다. 이러한 변수만을 보면 오히려 자동 드립 기계가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핸드드립은 커피가 머금고 있는 가스의 양부터 추출 도중 커피가 보이는 반응을 살피며 즉각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물론 빅데이터가 쌓이고 디테일한 기술이 발전해 인간의 센스까지 기계가 배운다면... 그땐 말이 달라질 수 있겠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모습


2. 감성적 이유(인간의 본능)

디지털이 삶의 큰 부분을 담당하게 되자 사회에는 디지로그(Digilog)라는 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디지로그는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된 것들을 말한다. 전축같이 생긴 라디오, 필름 카메라처럼 생긴 디지털카메라가 대표적인 디지로그 상품들이다.

대표적인 디지로그 상품들


인간은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스트레스를 받고 익숙한 것을 접할 때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여행만 나가면 한국 음식이 생각나고 타지에 떠나있으면 고향이 생각나는 것이라고 최낙언 편한식품정보의 대표는 말한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자판기에서 뽑아먹는 커피와 누군가 타주는 커피는 다르다. 만약 카페에 들어갔는데 스마트 드리퍼 한 대가 떡 하니 있다고 생각해보자. 원하는 원두를 고르고 스마트 패이로 돈을 지급하고 기계가 알아서 드립 커피를 내려준다. 처음엔 흥미로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인간은 인간을 찾을 것이다. 물론 요즘처럼 사람과 사람 간의 교감이 줄어든 시대가 계속되면 언젠가 인간은 고독함에 길들여질지 모른다. 하지만 현대문명이 이루어진 기간은 인류의 지난 역사에 비하면 너무나도 짧다.


결국은 사람이다.

기계가 모든 것을 한다고 해도 결국은 사람이 사용하고 사람이 먹는다. 사람으로부터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 기계가 사람의 모든 것을 채워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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