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백만 파운드의 메뉴'
얼마 전 넷플릭스를 뒤적거리다 '백만 파운드의 메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영국의 예능 방송이었는데, 외식경영에 명망 높은 투자자들이 소상공인들의 역량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매번 다른 에피소드가 다루어지고 있었다. 기존에 내가 시청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나 고든 램지의 '키친 나이트메어'처럼 개인 매장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브랜드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방송에 나오는 지원자들은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소개하고, 투자자들은 그 가치를 평가한다. 투자의 가치가 증명되면 지원자는 원하는 만큼의 투자금을 유치하게 되고 그러지 못하면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 방송 내용이 투자에 중심이 맞추어지다 보니 식당 창업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도 많이 다루어진다.
여기서 투자자들에게 자주 언급되는 것 중에 희귀성과 대중성이 있다. 흔하지 않아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희귀하면서 대중적이기가 참 어렵다. 설령 찾아낸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미투 브랜드'가 나온다. 저가 커피가 유행하자 수많은 유사 브랜드들이 쏟아졌고, 흑당이 유행하자 너도 나도 흑당 메뉴를 만들었다. 스페이스X가 우주여행상품을 만들자 아마존도 우주로 여행을 보냈다. 이런 걸 보면 진입장벽의 높이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신이 아니고서는 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뭐든 레드오션이 될 수 있다. 사실 레드오션이 아닌 시장이 없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앞에 예로 든 커피와 우주여행처럼 따라 하기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요즘 힙하다는 상권을 돌아다니다 보면 너무 쉽게만 하려는 매장이 많이 보인다. 저마다의 노력을 속단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선정한 아이템이라든지 메뉴의 구성 등을 보고 있으면 생각을 감추기 힘들다. 저마다의 고민의 흔적이 있긴 하지만 '백만 파운드의 메뉴'에 지원하면 서류조차 통과 못할 수준의 매장들이 너무나 많다. 김밥은 흔하지만 비건 김밥은 흔하지 않다. 거기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비건 김밥은 희귀하다. 하지만 저마다 그냥 맛있는 김밥만을 강조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실험적인 요리까지는 아니어도 우리 매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객들은 새로운 경험을 통한 자극을 원한다. 인테리어나 메뉴의 플레이팅으로 매력을 어필하는 매장은 어디나 있다. 만약 이러한 경험만 제공한다면 한두 번 발길을 이끌 수는 있지만 그걸 이어지게 하기는 어렵다. 고객이 매장을 한 마디로 평가할 때, 맛있는 집이라든지 분위기 좋은 집이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면 브랜딩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맛이나 분위기는 기본이다. 고객들의 입에선 '거기서만'이라는 말이 먼저 나와야 한다. '거기서만' 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표현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
컨설팅을 진행하다 보면 요식업을 만만하게 보는 분들이 너무 많다. 요식업은 결코 쉽지 않다. 시작하기 전에 혹은 진행 중이라면 고객들의 입에서 '거기서만'이라는 말을 사용할 만한 요소가 무엇인지는 한 번씩 생각해 보는 게 좋겠다.
사진출처 : 넷플릭스 오리지널 '백만 파운드의 메뉴'